오세훈 후보의 해명

박태환 승인 2021.03.30 07:36 | 최종 수정 2021.03.30 09:25 의견 0

오세훈 후보가 서울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10월, 처가가 소유한 약 1천3백여 평의 내곡동 그린벨트 땅이 해제되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다. 평당 100만원 수준이었던 땅값이 300만원 대로 급등했고, 오 시장의 처가 땅은 평당 270만원으로 책정돼 LH로부터 총 36억 5천만원의 보상을 받는다.

논란이 일자, 오세훈 후보는 내곡동 그린벤트 해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돼 왔고,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도 국장전결사항이라 시장인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계속되자, 오 후보는 자신은 처가가 내곡동에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한다.

서울시장 재직 이전 국회의원 시절 재산등록 사실이 밝혀지자, 내곡동에 처가 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는 몰랐다고 주장한다.

KBS가 내곡동 땅 측량 당시 오 후보가 현장에 있었다는 보도를 하자, 자신은 결코 가지 않았다며 불법으로 남의 땅에 경작을 한 주민들의 말을 믿을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

KBS가 주민 외 당시 측량을 한 지적공사 측량팀장을 인터뷰해 오 후보를 봤다는 보도를 하자, 오 후보는 주민 2명과 측량팀장 등 3명은 수사기관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오세훈 후보는 환경운동연합의 창립멤버였고 무료변론을 하기도 했다. 공중파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며 법률상담을 해주기도 했다. 참신한 이미지로 쉽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고, 서울시장도 연임을 할 수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오 후보가 내리막길을 탄 건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면서 부터다. 그 문제로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 두 차례나 나섰으나 종로 광진에서 연거푸 패배를 한다. 급기야 전광훈 목사의 집회에 연사로 나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중증 치매환자’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이번에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으나 내곡동 처가 땅 보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사실과 다른 해명을 거듭해 스스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신을 봤다고 증언한 주민과 측량팀장을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자 치고 투기 안한 이가 드문 기이한 세상이다. 애초부터 “유입인구 팽창으로 수요가 발생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지구로 지정하게 되었으나, 그 속에 처가 땅이 포함되어 보상 문제로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음 끝날 일이었다. 어쨌거나 40년 전에 물려받은 상속 유산이지 개발을 예상해 몰래 사둔 투기는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도 오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일이다, 국장전결사항이었다, 소유자체를 몰랐다, 소유사실은 알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했다, 내 말이 허위로 드러나면 후보직을 사퇴 하겠다, 하는 식으로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주민들을 향한 엄포 때문이다. 오세훈 후보는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재직 이전부터 온 국민에게 알려진 인물이다. MBC 등 공중파 방송사에서 오랫동안 방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큰 키에 선글라스를 끼고, 노타이에 백바지를 입었는데, 생태탕으로 같이 점심도 먹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는데도, 자신은 결코 가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법적 조치 운운하니 기가 찰 일이다.

게다가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도 아니고,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느닷없이 식상한 천안함 이바구는 왜 또 꺼내는가? 그 순간 많은 시민들이 피씩 조소를 흘리며 채널을 돌리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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