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는 맞고 박주민은 틀리다

박태환 승인 2021.04.05 02:27 | 최종 수정 2021.04.05 22:03 의견 0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쫓기듯 청와대를 떠났다.

김 전 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보유중인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기존 전세금을 8억 5천만원에서 14.1% 올린 9억 7천만원을 받은 것이 드러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금호동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2억원 넘게 올라 자금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금을 올린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 금호동 아파트의 전세금 인상은 5천만원이었다.

또 “몫돈이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김 실장 부부는 예금만 14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적으로 상당한 여유가 있는 상태로 드러났다.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전세금을 대폭 올렸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판이 거세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가차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 문 대통령이 보기에 김 전 실장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용납 못할 짓을 저지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전세금 인상 논란에 휩싸였다.

박 의원 역시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전세금을 대폭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평소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청렴결백한 분으로 알고 있던 터라 충격이 컸다. 더구나 전월세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을 대표발의한 입장이기도하다.

박 의원의 경우 내막을 들여다보니 김상조 전 실장과는 상황이 틀렸다. 김 전 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입주민에게 통보해 전세금을 올려 받았다.

박 의원의 경우는 공교롭게도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전세를 살던 입주민이 자진 퇴거를 하게 되었다. 박 의원의 신당동 아파트에서 4년 동안 살다가 다른 아파트를 매입해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박 의원은 4년 전에 전 입주민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계약을 했다. 계약이 만료된 2년 후 재계약 때도 인상을 하지 않고 같은 액수로 받았다.

전 입주민이 나가고, 박 의원은 부동산에 아파트를 내놓았다. 새로 들어온 입주민은 전세금이 부족하여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85만원으로 계약을 했다. 박 의원은 부동산 측에서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을 한 거라고 해서 그리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걸 보수언론과 야당에서 문제를 삼고 나섰다. 2년 전 계약 때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임대료를 9%나 올려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러분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받다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85만원으로 변경해 받은 것이 임대료를 9%나 인상한 것이라는 계산이 선뜻 되는가. 평소 물욕이 없었던 박 의원은 이 계산을 미처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박주민 의원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경우는 어떠한가. 주 원내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자신이 소유한 서초구 반포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무려 23.3%나 인상을 했다. 아파트 전세금을 4억3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1억원을 올린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자신도 아파트 전세금을 23%나 대폭 올려놓고, 14% 올린 김상조 전 실장이나 9% 올린 박주민 의원을 비판한 것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그들은 상한률을 5% 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고, 나는 시세대로 받은 것이니 비난받을 게 없다.”

참고로 2014년 국회에서 통과된 ‘부동산 3법 개정안’에 찬성한 주 원내대표는 자신이 소유한 당시 22억 원이었던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가 법 개정으로 공시지가만 45억 원으로 무려 23억원이나 올랐다. 게다가 부동산 3법의 특혜로 주 원내대표 소유 아파트 단지는 사업비 10조 원 규모의 재건축 이후 새 아파트 2채를 분양받게 되어 실거래가로 따지면 100억에 가까운 자산가가 될 판이다.

따라서 주 원내대표의 박주민 의원을 향한 비판은 언뜻 들으면 이런 말 같이 들린다. ‘나는 어차피 부패한 자로 낙인이 찍혀있으니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지만, 그대는 깨끗한 척을 했으니 추호도 옳지 못한 짓을 행해서는 안된다.’

박주민 의원은 논란이 일자 월세 185만원에 대해 임대차 법 개정에 맞게 인하 조치를 했다. 박 의원은 만약 새 입주자가 전 입주자처럼 보증금 3억원을 걸었다면, 이전처럼 임대료를 100만원 그대로 받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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