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중앙일보을 보니 윤석열 전 검찰총장(윤석열)의 ‘입’ 역할을 맡았던 이동훈 대변인이 물러났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대변인에 임명된지 불과 열흘 만이다. 당분간 공동으로 공보팀을 꾸렸던 이상록 대변인이 단독으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윤석열의 입장에서는 대선 링에 오르기도 전 초장부터 완전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틀 전인 지난 18일 이동훈 대변인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윤석열은 알고 지내던 중앙일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예의가 아니다"라며 "각계 계층의 의견과 국민 말씀을 먼저 경청하는 게 도리"라고 부인 발언을 한 것이다.
윤석열에게는 별명이 많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검찰조직을 조직폭력배 운영하듯 했다 해서 ‘윤서방’이란 별명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중 조국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짜장면을 시켜먹었다 해서 ‘윤짜장’이란 별명도 있다. 또 자신의 장모는 단돈 10원도 남한테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발언해 ‘윤십원’이라는 별명도 있다.
이 중 “내 장모는 남한테 단돈 10원도 피해를 준적이 없다”는 발언은 전두환의 “내 수중에 27만원밖에 없다”와 이명박의 “우리 집 가훈이 정직이다”와 함께 3대 명구라로 회자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윤차차’란 별명이 더해졌다. 평소 스스로 좌고우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라고 해놓고, 정식으로 정계입문이나 대선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간을 계속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지난 국민의힘 대표선거에서 나경원이 당선되었더라면 진즉 입당 선언을 했을 것이다. 나경원은 당 문을 꽁꽁 걸어 잠궈놓고 윤석열을 단일후보로 추대하여 본선에 안착을 시켜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준석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게 되었다. 이준석은 "당의 문을 활짝 개방해놓고 원칙대로 공정하게 대선후보를 뽑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준석은 윤석열이 “내 장모는 단돈 10원도 남한테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하자, “법률가로서 그 말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8월이면 버스는 출발 한다”고 입당 날짜를 못박기도 했다. 삼고초려 따위의 특별대우는 기대하지 말고 ‘들어오려면 들어오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심지어 “국민 지지도는 상황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라는 발언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준석은 윤석열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이제 윤석열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국민의힘 입당을 유도하는 대변인의 발언을 단칼에 짜르듯이, 현재로선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준석의 거만하고 비우호적인 태도도 거슬리지만, 대선 출마가 유력시 되는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등의 네거티브 공세도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본선에도 오르기 전에 소위 ‘X파일’ 공세로 만신창이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로서는 나경원의 낙선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 다른 행보는 뭘까. 언젠가 검찰총장 윤석열은 국정감사장에서 “이명박 정권 때가 쿨하고 가장 좋았다”고 발언을 한 바가 있다. 그가 수사검사 팀장으로 이끌던 BBK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이후 이명박 정권때 승승장구를 했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서 ‘지지의원 빼내기’ 공작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 포섭 대상은 주로 정진석 권성동 장제원 등 친이계 소속 의원이 될 것이다. 실제 요새 윤석열이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하는 이들은 주로 이들 친이계라는 걸 주목해야 한다. 계획대로 된다면, 나경원을 필두로 정진석 권성동 장제원 등 현역 외에 이동관 정병국 이재오 등이 나설 것으로 예상이 된다.
결론적으로 윤석열의 심리를 요약하자면, “예선전은 너희들끼리 붙고, 나랑은 준결승전에서 만나자”이다. 대권도전 선언을 한 이후, 친이계 의원들을 빼내는 등 밖에서 세를 키우고 있다가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지면 단일화 협상에 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흥미로운 것은, 윤석열을 지지하는 층에서만 대권도전 선언을 빨리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윤석열을 싫어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대권도전 선언을 빨리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복수를 벼르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이 조폭같은 수사로 조국 전 장관 가족들을 멸문지화 시켰듯 그만한 복수를 해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들은 '쥴리'의 행적을 파고 들고 있다. 이 역시 윤석열이 선뜻 대권 도전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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