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버스의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 감상법

박태환 승인 2021.09.06 01:29 | 최종 수정 2021.09.07 18:21 의견 0

뉴스버스(Newsverse)의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2021년 4월 15일 총선 직전인 4월 3일,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차장검사가 제1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의 김웅 후보에게 범 여권 정치인과 기자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하는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겁니다.

고발 대상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 범 여권 유력 정치인 3명과 언론사 관계자 7명, 성명불상자 등 총 11명이었습니다. 기자 7명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 5명과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 2명입니다.

뉴스버스 측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손준성 검사가 이들에 대한 혐의를 적시한 고발장을 직접 작성해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후보에게 부탁해 야당에서 고발을 해주도록 사주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조직을 사유화한 큰 범죄입니다. 실제 고발이 이루어졌다면, 조국 전 장관 사건에서 보듯 전광석화같이 수사에 착수해 총선 전에 이들 모두를 기소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식과 공정 등을 내세우고 정치에 뛰어들었는데,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야 할 위법하고 비열한 행위입니다.

지금 윤석열 후보는 ‘정치 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은 잠수를 한 상태입니다. 손 검사는 고발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부인을 한 이후 휴가를 냈고, 김웅 의원은 처음엔 받았다고 했다가, 윤 후보 캠프의 경고를 받은 이후 역시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을 한 이후 종적을 감춘 상태입니다.

그러나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것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보도 내용 등을 통해 분석을 해보면,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손준성 검사는 텔레그램 메신저로 문서를 보내면 보낸 이의 실명이 드러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윤석열 캠프 측은 고발장 상단에 표시된 손 검사의 실명이 조작이라고 우기고 있긴 합니다. 취재기자 두 명의 자그만 인터넷 언론사가 검찰총장 출신의 유력 대권후보의 행적에 대해 보도를 하면서 스모킹 건을 조작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손준성 검사가 보낸 최강욱 의원 고발장에 적힌 생년월일과 나중에 국민의힘이 실제 검찰에 고발한 고발장의 생년월일이 동일한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이 손 검사가 작성한 고발장을 토대로 최 의원의 생년월일을 잘못 표기해 고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손준성 검사는 참고차 김웅 의원에게 모 고발 대상자의 '실명 판결문'을 보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피고인의 이름이 적시된 실명 판결문은 검사나 판사들만 조회해서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 대검 감찰부에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손 검사의 조회 사실 여부가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낸 것이 사실로 드러나도,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연루되었다는 걸 부인하고 나설 겁니다. 실제 지금도 ‘증거를 대라’며 큰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만약 증거를 대지 못하면 뉴스버스 측을 고소할 것이며, 뉴스버스 (허위)보도를 근거로 자신을 공격한 대선 후보들은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고 도리어 역공을 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이전에 <열린공감TV>에서 양재택 검사 모친을 인터뷰해서 “김건희가 윤석열과 결혼하기 전 아들과 사귀었다”고 현장 보도를 하자 “치매 노인을 유도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즉각 고발 조치한 멘탈의 소유자입니다. 어떤 난감한 상황에서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습니다. 무고에 대비해 고소가 아닌 고발을 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뉴스버스 측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장을 작성해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대검의 수사정보정책실이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비서실 같은 곳이고,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가장 신임하는 수족이었다는 정황 증거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뉴스버스 발행인인 이진동 기자도 만만한 인물은 아닙니다. 한국일보에서 근무하다 뛰어난 취재 능력을 인정받아 조선일보로 스카웃 되었죠. 진승현 게이트,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 신정아-변양균 사건 등을 특종한 기자입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최순실 게이트’를 최초로 폭로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황을 주시하며 후속 보도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뉴스버스 측은 후속 보도로, 윤석열 검찰총장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출석한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장님 지시에 따라서 사모님, 장모님 사건과 채널A 사건을 전담하여 정보수집을 하였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손준성 검사가 주도하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을 검찰총장 사설 정보팀처럼 운영한 정황을 보도한 것이죠.

또 뉴스버스 측은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복수의 검사들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셕열 총장의 부인 김씨·장모 최씨·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하는 논리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은 고위급 검사들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윤석열 캠프 측은 즉각 "이정현 검사는 추미애 장관의 꼬붕이었다"며 받아쳤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현재 잠적 중인 수족 손준성 검사가 나타나 “당시 총장님이 지시를 하셨다”고 실토를 해도 여전히 "내가 너한테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를 내놔라"고 할 인물입니다.

그간 윤석열 후보의 행적을 보면, 의혹을 보도하면 고발해 버리고, 증거를 내놓으면 괴문서라거나 조작이라고 부인합니다. 그러한 보도 자체를 여권의 사주를 받은 정치 공작이라고 폄하합니다.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는 난공불락 윤석열 후보에게 또 어떤 증거를 들이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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