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손바닥의 ‘王’은 누가 썼을까?

박태환 승인 2021.10.04 00:14 | 최종 수정 2021.10.05 20:28 의견 0

손바닥에 쓴 ‘王’이 무속 신앙에서 ‘셀프 부적’으로 통한다고 한다. 무속인들은 “말빨이 달리거나 가기 싫은 자리에 어쩔 수 없이 가야할 때 손바닥에 임금 왕(王)을 쓰라”고 조언한단다.

1일 MBN 주최로 열린 5차 TV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홍준표 의원과의 1대1 주도권 토론에서 손을 흔드는 제스쳐를 하면서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포착됐다.

논란이 일자, 윤 전 총장 측은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며 “동네 지지자가 응원 메시지로 써준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첫 해명은 이러했다.

"1일 오전 윤 전 총장이 차를 타고 집 밖으로 나올 때 연세가 있는 동네 여성 주민이 '토론회 잘하라'는 격려 차원에서 적어줬다. 물티슈와 알코올 성분이 있는 세정제로 닦았지만 지우지 못했다.“

말인즉, 대수롭지 않은 '일회성 해프닝이었다'는 것이다. 건데, 네티즌들에 의해 지난달 26, 28일 열린 3, 4차 TV토론회 때도 윤 전 총장의 왼쪽 손바닥에 왕(王) 자가 새겨져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윤 전 총장 캠프가 다시 진화에 나섰다.

"그 여성 지지자가 토론회 때마다 왕(王)자를 써줬는데, 5차 토론 때는 3, 4차 토론 당시 남은 흔적에 덧칠을 해 더 크게 써줬다. 유성매직으로 써서 손세정제 등으로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윤 전 총장이 직접 해명을 했다.

"제가 어릴 땐 시험 보러 가거나 집에 대소사가 있을 때 손에 (글씨를) 많이 써줬다. 지지자가 자신감을 갖고 토론하라는 응원 메시지를 써줬다고 생각해서 토론회 때도 손을 다 보여 드린 것이다. 세상에 부적을 손에 펜으로 쓰기도 하느냐.“

이 말은 과연 사실일까?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박사 학위 논문은 ‘운세’에 관한 것이다.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이다. 그 전에 쓴 논문도 역시 ‘운세’에 관한 것이다.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이다. 이른바 ‘Yuji’ 표기 논란이 일었던 논문이다.

나는 ‘王’자 논란이 일자말자 직감적으로 “와이프가 써줬구나”하고 단박에 느꼈다. ‘운세’ 박사인 김건희 씨 입장에서 ‘말빨이 달리거나 가기 싫은 자리에 어쩔 수 없이 가야할 때’ 손바닥에 임금 왕(王)을 쓰면 효험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전, 긴장하는 윤 전 총장 곁에서 김건희 씨가 다소곳이 옷매무새를 고쳐주던 모습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이나 캠프에서 해명차 내세운 ‘연세가 있는 동네 여성 지지자’는 김건희 씨로 추정이 된다. 윤 전 총장은 왜 당당하게 “내 와이프가 토론을 잘하라고 격려차 적어줬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윤 전 총장의 주 지지층은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이들과 보수 기독교 세력이다. 그들은 윤 전 총장이 단신 문재인 정부에 당당히 맞서온 장수(將帥)로 알고 지지했는데, 토론이 두려워 부적을 사용하는 졸보(拙甫)였다니 얼마나 실망감이 컸겠는가.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하나님을 믿고 꼭 정권 교체를 하라고 안수 기도까지 해주었는데, 자신들이 그토록 기피하는 주술에 의존했다니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이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은 “내 와이프가 써줬다”고 밝히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요새 윤 전 총장은 난처한 입장에 처하면 거짓 해명을 예사로 한다. 문제는 향후 윤 전 총장의 앞길에는 거짓말로 해명해야 할 난관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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