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공무원 월북사건’ 재점화 감상법

이명박이 노무현을 소환하듯 문재인을 소환하려 했다간 폭동을 우려해야

박태환 승인 2022.06.20 13:12 | 최종 수정 2022.06.21 10:33 의견 0
UN 기조연설서 '종전선언' 제안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난 16일 오후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해수부 공무원 월북 사건'에 대해 아닌 밤중에 홍두깨 들이미는 브리핑을 한다.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해경의 발표가 있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진실을 무려 15년 동안 왜 봉인하려 했나”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 사건을 ‘월북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당시 북한군 내부 교신 내용을 공개하라며 문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해수부 공무원 월북사건에 대해서는 北피격 공무원의 아들이 文대통령에게 쓴 편지에서 거론한 바가 있는데, 사건의 개요를 다시 살펴보자.

2020년 9월 21일 새벽 1시30분 경 이대준(당시 47세)씨는 동료들에게 “잠시 문서 업무를 보고 나오겠다”며 조타실을 나간다. 이 씨는 업무 교대시간인 새벽 4시에도 돌아오지 않았고, 아침 식사 시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동료들은 본격적으로 이 씨를 찾아 나섰으나 어디에도 이 씨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전 11시30분경에 밧줄 속에 숨겨둔 슬리퍼 한 쌍을 발견한다. 한 시간 여 후인 12시51분경 동료들은 해경에 이씨 실종신고를 한다.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30 경에 북한 수산관리선이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이 씨를 발견하고 월북 의사를 확인한 뒤 군부대에 신고를 한다. 당시 이 씨는 길이 1미터 가량의 부유물 위에 구명조끼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 씨 사건의 경우, 월북 시도 외에 투신, 돌발 사고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자살 하려는 사람이 구명 조끼를 걸치지는 않는다. 신고 있던 슬리퍼를 일부러 감출 이유도 없다. 투신자살하는 사람의 99%는 투신 장소에 신발을 벗어놓는다고 한다. 사고 였다면 가까운 3킬로 거리의 남측 연평도 해역으로 향하지 굳이 38킬로나 떨어진 북한 수역으로 들어가 구조 요청을 할 리가 없다. 또 이 씨가 승선한 무궁화호 어업관리선에는 돌발사고 등에 대비해 배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사다리 시설이 양측으로 2개나 있었다.

사건 발생 3일 후인 2020년 9월24일, 서욱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전 장관은 "선내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데 이 사람이 입고 있었다, 부유물을 갖고 있었다, 그다음에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실종됐다, 그리고 한 가지는 월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서 전 장관은 사건 내용을 더 자세히 공개하라는 국민의힘 의원들 요구에 응해 별도로 군 정보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에 대한 비공개 보고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국방위 회의에 출석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기·김병기·김병주·김진표·민홍철·박성준·설훈·안규백·홍영표·황희 의원, 국민의힘 소속은 강대식·신원식·윤주경·이채익·하태경·한기호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등이다. 한기호 의원이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였는데, 그는 비공개회의를 마친 후 “군이 월북 전황으로 보는 구체적인 근거가 무었이었나”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방부의 보고 내용을 보면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수염을 기른 문재인 대통령 모습. 그는 고비때마다 수염을 깍지 않았다.


이 명백해 보이는 월북사건이 왜 2년이 지난 지금 갑작스레 정쟁 거리로 전락해 논란이 이는 걸까.

산하 기관장들에게 장관 재직 당시 사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느닷없이 해경과 국방부, 감사원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선 것에 주목한다. 감사원은 해경과 국방부에 ‘특별조사국’을 투입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윤핵관 권성동도 전면에 나서 연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부 조직과 여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짐작컨대 윤석열 대통령도 이대준 씨가 월북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의심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9월 23일 새벽 1시 30분 경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행한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주목하는 듯하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이 연설 일정 때문에 서둘러 ‘월북’ 발표 지시를 내렸을 거라는 의혹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담긴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라고 연일 문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배경일 것이다.

퇴임 후 양산으로 내려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들어 수염을 깍지 않고 있다. 짐작컨대 자신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공세가 계속되는 한 수염을 깍지 않을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이 노무현을 소환하듯 문재인을 소환하려 했다가는 폭동을 우려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유엔 기조연설은 어떤 저의도 없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염원하고 있을 뿐이다.

이대준 씨의 부인 권영미 씨와 형 이래진 씨의 기자회견 모습. 이래진 씨는 동생의 도와달라는 금전적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고, 권영미 씨는 이대준 씨와 이혼을 하고 자식들을 데리고 따로 살고 있었다. 정작 이 씨를 도와준 이는 이들이 아닌 친누나였는데, 이 씨는 부업으로 꽃게 장사를 해서 빚을 갚으라며 보내준 누나의 돈도 도박으로 탕진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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