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에서 피살된지 3일 후인 2020년 9월24일, 서욱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한기호 의원이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였는데, 그는 비공개회의를 마친 후 “군이 월북 전황으로 보는 구체적인 근거가 무었이었나”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국방부의 보고 내용을 보면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해경과 군은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을 바꿉니다. 월북이 아니라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난 것도 아니고, 정권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수사 주체였던 해경과 군이 이렇게 나오자 “월북 정황이 너무나 선명했다”던 국민의힘도 돌변해서 나오는대로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대준 씨 가족들은 기고만장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나선 판국입니다. 감사원은 ‘특별’조사국을 투입해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검찰은 유족들이 고발하면 즉각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합니다.
정황상 너무나 명백해 보이는 월북에 대해 이들은 어떤 근거로 월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지, 궁금해서 관련기사들을 쭉 검색해 보았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군 감청정보는 월북 근거가 아니다▲방수복을 입지 않았다▲조류 조작 등입니다
군 감청정보는 월북 근거가 될 수 없답니다. 이씨와 북한군의 현장 대화가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보고한 내용을 감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 정보를 근거로 월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씨가 만약 월북 의사를 밝힌 게 사실이라고 해도,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빠른 구조를 위해 진의가 아닌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은 군이 실권을 쥔 사회주의국가인데, 민간인이 군부대에 신고를 하면서 거짓말을 했을까요. 민주국가인 남한도 민간인이 간첩 신고를 하면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살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란 주장은 가정일 뿐입니다.
어업지도선 내부 이씨의 숙소에 방수복이 그대로 있었으니 월북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바다에 빠지면 3시간 내에 저체온증으로 사망을 하는데, 이 씨는 방수복을 놔두고 갔다는 겁니다. 대체 어떻게 생긴 방수복일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해녀들이 착용하는 일반 방수복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수십 킬로를 헤엄을 쳐서 갈 요량이라면 착용을 했겠으나, 물위에서 장시간 착용하기에는 거동이 불편할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씨는 방수복 대신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1미터 길이의 스티로폼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해경이 이씨가 실종됐을 당시 조석·조류 분석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를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일기예보가 100% 정확하지 않듯이 이론적인 것이지 실제로 그랬다고 볼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하태경 의원은 ‘조류 조작’이라고 표현합니다. 당시 해경은 조석·조류 분석을 의뢰한 결과 “표류하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실제 발견 위치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해경은 신뢰성 확보를 위해 국립해양조사원·국립해양과학기술원·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국내 4개 기관에 동시 의뢰했습니다. 4개 기관 모두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는데, 근거도 없이 “믿을 수 없다” “ 조작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기타, 이씨가 스티로폼 부유물을 미리 준비한 것을 월북 정황의 하나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씨가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표류를 하다가 해상에서 주운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가 올라타 헤엄치기 좋은 1미터 가량의 부유물을 우연히 습득할 확률이 몇 %나 될까요?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이어 2019년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피하다 우리 해군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추방해 북송한 바 있는데, 이것도 재조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재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동료 선원들을 한 두 명도 아니고 16명이나 살해한 자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 처벌을 받게 하는 건 당연한 건데, 어느 국민이 의아해한다는 겁니까? 대체 누가 이런 흉악범들에 대해 범죄인 인도 조약에 의거 보호를 해주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겁니까?
제가 보기엔 문재인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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