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세상 밖으로 나오실 건지. 많은 사람들이 채아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떨고 있겠지만”
1일 오전 10시 4분 더 탐사의 강진구 기자가 첼리스트 채아에게 문자를 보낸다. 20분 후인 10시 24분 채아 씨가 답장을 보낸다.
“저는 원래 강 기자님 팬이에요. 유튜브 구독까지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올바르지 못한 의도의 XXX의 제보를 거부했을 때 조금도 제 의사를 존중하지 않으신 것에 대해 제가 많이 불편하게 됐습니다. 저는 XXX이 벌려놓은 판에 끼고 싶지 않은 거고요. XXX은 제 옛남친이라기 보다는 스토킹에 적합한 사람이고 그와의 법적 절차가 먼저이고 지금 진행 중입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제가 당한 억울한 일부터 처리해야겠네요.”
강 기자는 한동훈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최초 제기했는데, 한 장관은 '가짜 뉴스'라며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이다. 이에 강 기자가 술집 위치·연주비 입금 내력 등 추가 취재를 위해 채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채아의 답장을 보면, 채아는 남자친구가 녹취록을 더탐사에 제보하겠다고 했을 때, 올바르지 못한 의도로 보고 제보를 거부했다. 채아는 남자친구가 벌려놓은 판에 끼고 싶지 않다며, 자신에 대한 취재를 거부한다.
건데 채아는 한 장관은 물론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이라고 한 자신의 녹취록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 불편하게 됐다”고 할 뿐 허위라고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채아는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19일 새벽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급 바에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만났다”고 말했다.
이날 채아는 이 총재의 지시를 받은 유승관 특보로부터 200만원 선금을 입금받고, 청담동 모 식당에서 이 총재와 김앤장 변호사들을 만나 상견례 겸 식사를 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몇몇 변호사에게 받은 명함을 보고 그들이 모두 김앤장 소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인근 술집으로 이동을 해 연주를 하는데, 새벽 1시경에 한동훈 장관이 먼저 도착했고,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합류했으며, 술자리는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김의겸 의원이 채아의 녹취록을 틀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한 장관은 강하게 부인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오후 10시 넘어서 술집에 남아 있던 적이 20년 동안 없다. 저랑 술 먹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저 술 못 마시는 거 아시냐. 저는 술자리를 별로 안 좋아한다. 회식 자리도 안 나간다.”
일견 그럴 듯 해보이는 한 장관의 답변에서 무언가 석연찮은 점을 느낀다. 핵심을 피한채 두루뭉술하게 부인을 한다는 느낌이다.
“저는 그날 퇴근 후 바로 귀가했다. 이세창 총재를 모른다. 첼리스트 채아도 본적이 없다. 김앤장 변호사들도 만난 적이 없다.”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 부인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장관은 자신이 참석했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니 더탐사의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단정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하지만 첼리스트 채아의 녹취록은 섭외 과정과 입금 내력, 구체적인 상황 묘사 등 여러모로 지어냈다고 보기가 어렵다. 더구나 언론사 제보를 위한 주장도 아니고, 남자친구에게 조금전 연주를 하는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보았다고 자랑삼아 한 발언일 뿐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한 장관은 자신이 참석했다는 증거를 대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스스로 참석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건 어떨까. 경찰은 누군가의 행적을 추적할 때 거주지 시시티비부터 확인을 한다. 한 장관 스스로 7월 19일 저녁부터 20일 새벽 사이의 거주하는 타워팰리스 엘리베이터 시시티비를 공개하는 것이다.
어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한 장관에게 “야 이 XXX야”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그 시민은 무슨 이유로 한 장관을 욕했는지 모르지만, 시비티비 공개 등 참석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채아의 녹취록을 신뢰하는 시민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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