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대통령을 계속해야 할 이유

박태환 승인 2022.11.08 09:53 | 최종 수정 2022.11.13 13:48 의견 0

윤석열 그는 검찰총장 시절 핍박받은 게 아니었다.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약속을 어겼다. 자신의 인맥이 포진한 특수부를 강화시켜 달라고 요청한 후, 그 인력으로 검찰 개혁의 동반자로 임명한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를 난도질했다.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선 믿는 도끼에 제대로 발등이 찍힌 격이다. 배신감과 허망함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구원 투수’차 추미애 장관을 임명하자,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원전·울산시장 선거 등 문재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보수 세력들이 열광하며 지지를 보내자, 그는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권 도전에 나선 것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시 9수를 하다 검사 생활만 해온 그는 애초 대통령감이 아니었다. ‘청약통장’을 모를 정도로 세상 물정에 어두웠다. 특히 부인은 살아온 과정이 미스터리해 도저히 영부인 지위에 오를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게다가 처가의 재산 형성 과정은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등 비리로 얼룩져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누구라도 아내의 과거에 대해 발설하면 최고의 법적 처벌을 받게 해주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의혹을 잠재웠다.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이면 원점 타격을 가하겠다는 터무니없는 공언으로 보수 세력을 열광케 했다. 결국 그는 보수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받아 기적을 일구어냈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핍박을 받은 것처럼 포장해 반문 정서에 기대어 당선된 윤석열, 애초에 나라를 이끌 능력도 없고 인품도 결여되었던 인물이었다. 임기 6개월 만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그 폐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156명이 압사로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현장에서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빗발쳤지만, 경찰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참사를 예감한 이태원 파출소에서 본서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묵살되었다. 가까운 거리의 한남동에 대통령의 빈집을 지키기 위해 200명의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 지휘부는 국민 안전보다는 오로지 대통령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제 윤 대통령은 국가 안전 시스템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윤희근 경찰청장을 향해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이 아니다”며 강하게 질책을 했다고 한다.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이 아닌데, 그런 엉터리 경찰로 만든 장본인이 그들의 무기력을 꾸짖고 있는 격이다.

윤 청장은 윤석열 정부들어 초고속 승진을 했다. 2021년 12월까지 일개 경무관에 지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들어 단 7개월 만에 5단계나 뛰어넘어 경찰청장까지 올랐다. 윤 청장은 인품이나 능력보다 전(全) 경찰이 반대하는 ‘경찰국 신설’을 찬동해 경찰 최고직까지 오른 인물로 평가된다. 일선 경찰에게 수장 명(命)이 제대로 먹힐 리가 없고 지휘부는 자연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경찰조직뿐만 아니라 국정원 ·감사원 등 힘이 센 조직은 심복을 심어 자신만 바라보게 하며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국정원 기조실장에 검찰출신을 심어 인사 등에서 항명을 일삼는 논란을 유발했다. 그는 원장에게 사표를 내지 않고 대통령실에 던지고 나갔다. 엄정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감사원의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 수시로 감사 상황을 보고하는 촌극도 유발했다. 심지어 국무총리실도 한덕수 총리는 조정실장에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선택하지 못했다.

오늘자 김대중 칼럼의 제목은 <일대 쇄신이 답이다>였다. 윤 대통령이 자주 읽고 국정 운영에 참조한다는 칼럼이다. 김 씨는 윤 대통령이 난관에 봉착한 원인으로 세계적인 경제 위기,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공세, 야당과 주사-좌파의 집요한 퇴진 압박,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민심의 불안감 등을 꼽았다. 첫 번째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제외하고는 전부 윤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가 발발한 이후 이례적으로 매일같이 조문을 하고 있다. 그런 한편 경찰에 모든 책임이 있는양 강하게 질책을 하고 있다. 진심을 담은 애도라기보다, 책임 추궁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차단하고 용산서장 등을 자르는 선에서 사태 수습을 도모하자는 의도로 읽힌다. 국가의 잘못이라기보다 몇몇 일선 경찰의 잘못으로 돌리려는 의도이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보자니, 바람 잘 날 없을 4년 6개월이 낙이 없고 막막하다. 국민된 입장에서 그가 대통령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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