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술자리는 7월 19일이 아니다

박태환 승인 2022.11.13 09:46 | 최종 수정 2022.11.16 17:16 의견 1
조선일보가 보도한 첼리스트 남자친구와 동침남 트윗.


나는 그간 청담동 첼리스트에 대해 실명을 적어왔다. 기사를 쓰며 A,B,C 라는 식으로 표기하는 걸 싫어해서였다. 무엇보다 첼리스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첼리스트 A라고 표기를 해야할 것 같다.

최근 A의 행적에 관해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가세연에서 폭로했는데, 그녀가 유튜브에 올린 첼로 영상이 자신이 직접 연주한 게 아니라는 의혹이다. 나도 들어봤는데, 첼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실력이 상당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건데 유명 첼리스트의 연주음을 영상에 삽입하고 본인은 흉내만 낸 것이라고 한다.

네티즌들에 의해 제기된 또 하나의 의혹은, A가 그날 다른 남자와 동침을 했는데, 동거하는 남자친구에게 숨기기 위해 술자리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거하는 남자친구는 그날의 대화 내용을 더탐사에 제보를 했다.

설마 했는데, 조선일보가 <청담동 첼리스트의 소설>이란 기사에서 A의 남자친구가 동침한 남자를 추궁하는 트윗을 공개했다. 트윗 대화에서 남자친구는 “왜 그랬느냐” “왜 집에 안 보냈느냐”고 따지고, 동침남은 “여자가 먼저 꼬셨다” “남자친구 있는지 몰랐다” “손만 잡고 잤다”고 해명한다.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은 A가 자리를 주선했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자신의 보좌관을 통해 200만원을 선입금 시켜주며 연주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건데 이 전 권한대행이 당일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 전 권한대행은 경찰에 그날 자신이 강남 청담동이 아닌 영등포와 강서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등포에는 내 사무실이 있고, 등촌동에서는 고향 친구들과 모임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세창 휴대전화 위치기록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에 “정치인들은 보통 2개 이상의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청담동 술자리가 있었던 새벽 시간대는 위치기록이 없다”며 부정적 댓글을 달았다. 히지만 내가 보기에 그날 이 전 권한대행은 청담동에 없었다. 휴대전화를 2개 사용한다 해도, 본인은 청담동에 있는데 전화기가 어찌 영등포나 강서지역으로 돌아다닐 수 있겠는가. 그리고 새벽녘 위치기록이 없는 것은 취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어찌된 일일까. 그날 A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것을 숨기기 위해 술자리 이야기를 지어낸 게 맞는 걸까?

나의 견해로는 아니다. 청담동 술자리는 있었던 걸로 보인다. 다만 날짜가 틀린 것으로 추정된다. A가 남자친구와 통화를 한 날에 술자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이라는 것이다. A가 누군가와 동침한 것을 숨기기 위해 그 전에 있었던 일을 마치 그날 있었던 일인 것처럼 꾸며서 말을 했다는 것이다.

A가 남자친구에게 한 이야기는 실제 겪지 않고 지어내어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게다가 A는 남자친구에게 “대통령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다른 사람에게도 자랑삼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전 권한대행이 그날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경찰에 선뜻 제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에게 김앤장 변호사들을 소개시키는 청담동 술자리는 7월 19일 밤이 아니었기에.

저작권자 ⓒ 시사인 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