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구속영장 청구를 보며

박태환 승인 2022.11.17 10:33 | 최종 수정 2022.11.18 07:57 의견 0

검찰이 이재명의 비서인 김용을 유동규에게 6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이재명의 또 다른 비서인 정진상에 대해서도 유동규에게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재명의 핵심 측근인 두 사람을 구속시킨 후, 이재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이재명은 “검찰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 반발하기에, 관련 내용을 좀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A는 B에게 돈을 주었다고 하고, B는 A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고, 인간사에 이런 다툼은 허다하다. 이럴 경우 수사에 나선 경찰이나 검찰은 A와 B를 동시에 불러 대질 심문을 한다. 조선시대 고을 원님들도 다툼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판단을 했다.

유동규는 정진상에게 돈을 수천만원씩 여섯 차례 주었다 하고, 정진상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럼 검찰은 당연히 유동규와 정진상에 대한 대질 심문을 해야 한다. 건데 검찰은 대질 심문없이 정진상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더구나 정진상이 유동규에 대해 대질 심문을 해줄 것을 요청을 했으나, 검찰은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검찰은 유동규가 정진상에게 돈을 준 게 확실하고, 정진상이 유동규에게 돈을 받은 게 확실하기 때문에, 증거가 명백한 이상 굳이 대질 심문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검찰의 압색 영장을 보면 “정진상은 2019년 8월 무렵 유동규에게 5,000만원을 요구했고, 이에 유동규가 자기 돈 1,000만원과 지인에게 빌린 돈 2,000만원, 총 3,000만원을 정진상에게 줬다고 한다. 당시 유동규는 정진상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에 녹화되지 않기 위해 계단을 이용하여 5층에 있는 정진상의 주거지까지 이동하였다며 상당히 구체적으로 보이는 근거를 제시했다”라고 적시했다.

이에 정진상 측은 2019년 살았던 아파트 사진을 제시하며 "유동규가 올라갔다는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 외 계단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또 입구에 경비실이 있어서 드나드는 사람을 다 목격할 수 있고 계단을 이용할 경우 2층부터 자동 등이 켜져서 계단 이용 시 동선이 외부에서 더 잘 보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진상 측은 “유동규가 정진상에게 주었다는 6차례 중 이게 그나마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근거인데, 이마저도 조작된 엉터리 영장으로 압색을 강행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내세우는 명백한 증거라는 게 물증이 아니고, 유동규 진술의 구체성과 신빙성인 셈인데, 정진상이 부인을 하는 데도 왜 대질 심문을 하지 않고 영장을 청구했는지 모를 일이다.

김용 사건의 물적 증거는 뭐가 있나 보니 ‘메모’와 ‘돈가방’이었다. 먼저 메모부터 살펴보았다. 지난해 4월께 남욱이 이모씨를 시켜 정민용에게 돈을 주고, 유동규가 이 돈을 받아 김용에게 전달했는데, 남욱의 측근인 이씨가 쓴 메모라는 것이다. 건데 이 메모는 정민용에게 돈을 줄 때마다 쓴 게 아니라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장소와 액수를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증거로는 당시 김용에게 전달한 ‘돈가방’이다. 당시 보도를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돈이 아니라 돈을 넣어간 가방이 증거라니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5만원권 8억이면 엄청난 부피인데, 그걸 가방 채로 건네지 않고, 돈만 꺼내어 건네고 가방을 도로 가지고 왔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나는 그간 이재명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글을 쓴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이재명이 좋아서도 싫어서도 아니고, 이재명이 돈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 판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아니라 문재인도 돈을 받았으면 수사받고 구속되어야 한다. 윤석열 김건희도 마찬가지이다.

검찰은 죄를 지은 자를 처벌하는 곳이지 심증만 가지고 죄를 꾸며서 처벌하는 곳이 아니다. 검찰은 정진상을 처벌하려면 유동규와의 대질 심문 요청을 받아들여야 했다. 김용의 경우도 추후 작성한 메모지와 돈가방이 처벌 근거로는 당위성이 부족했다. 5공시절 공안사건 수사처럼 이재명을 구속하기 위한 그림을 그려놓고 측근들에 대한 꿰어맞추기식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

시중에는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유동규을 구슬러 죄를 경감해주고, 유동규 대신 이재명을 핵심 피의자로 만드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수사검사가, 이번 사건에서도 유동규 회유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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