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이 24일 윤석열 정부의 독자적 대북 제재를 비난하면서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해먹다’는 말은 속어이다. 다음 사전에서 예문을 찾아봤다.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도 더이상 못 해먹겠다.” “이딴 회사에서 쫓겨난다고 해서 해먹고 살 길이 없겠는가.” ‘부정한 방법으로 얻다’라는 뜻도 있었다. “그녀는 회사의 공금을 해먹고 미국으로 달아나 버렸다.”
‘문재인이 해먹다’라는 표현에 화가 났다. 머리에 든 게 별로 없는 터라 무얼로 반박해야 할지 고민했을 정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한반도는 분할되고 말았다. 미국은 일본이 원폭을 투하해도 항복을 거부하며 본토 사수를 위한 ‘일억(一億)결사항전’을 외치자, 독일의 항복이후 놀고 있던 소련군의 참전을 요청했다.
당시 일본은 패색이 짙어지자, 중립 조약 관계인 소련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도리어 스탈린은 미국 편을 들어 만주와 사할린으로 백만명에 육박하는 대군을 집결시켜 관동군을 일거에 궤멸시키고 말았다. 우리는 일본이 미군의 원자폭탄을 맞고 항복을 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결정적으로 소련군의 침공으로 관동군이 궤멸되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의 지도를 펼쳐놓고 38선을 그어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국이 차지하기로 합의했다. 먼저 패망한 독일의 경우와 같이 패전국인 일본을 나누어 통치해야 마땅한데 도리어 한반도를 나눠 갖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미국은 남한에 이승만을 심었고, 소련은 북한에 김일성을 심었다. 둘의 공통점은 친미, 친소주의자라는 것이다. 이승만은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이역만리 안전한 미국에서 공부하며 거주하고 있었고, 김일성은 만주에서 항일투사 흉내를 내다 소련으로 도주하여 극동군으로 편입된다.
미국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한반도를 통치하기 위해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주의자인 김구 선생을 외면했고, 소련은 조만식 선생을 외면했다. 양심가인 두 분이 해방 직후 남과 북을 통치하게 되었더라면, 동족상쟁 6.25 전쟁은 없었을 것이고 한반도가 영구 분할되는 불행도 없었을 것이다.
이승만이나 김일성은 제대로 된 독립운동이나 항일투쟁을 했다고 볼 수가 없다. 이승만은 미국에서 ‘편지’로 독립운동을 했고, 김일성은 겨우 수십 명의 무리를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 보천 주재소를 기습한 게 전부다.
김일성은 이 무모한 공격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고, 도리어 일본은 만주 지역 일대에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여 800명 가까운 항일세력이 체포되고 조직은 와해되고 만다. 이때 사태를 유발시킨 김일성은 일본군의 추적을 피해 소련으로 도주한 것이다.
이후 남한 민중은 영구집권을 꾀하던 이승만을 몰아내고 민주 정부를 수립했으며,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다시 민중의 항쟁을 통해 자유민주체제가 안정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북한 김일성은 동지 박헌영을 미군 첩자로 몰아 살해하고 권력을 독점한 후 아들 김정일에게 권력을 대물림했고, 김정일은 다시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대물림하는 등 지구상 유일무이한 독재세습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공화국 체제에서 국민투표에 의해 당당히 대통령으로 선출된 인물이다. 건데, '백두혈통' 어쩌고 구라를 치며 인민을 현혹시켜 세습으로 권력을 잡은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따위가 ‘문재인이 해먹다’는 표현을 하다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김여정은 “남쪽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생욕에 가까운 비방을 퍼부었다. 김여정의 주장대로 윤석열 정부가 ‘천치바보’라고 해도 권력을 무상 세습 받은 김정은보다는 정권을 유지해야 할 정통성을 갖고 있다.
김여정은 또 “문재인이 해먹을 때와 달리 지금 서울은 북한의 과녁”이라며 이간질과 협박을 일삼았다. 우리 남한 국민들이 북한의 핵 따위에 겁을 내지 않는 것은, 그게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북한 독재세습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수단인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화성-17형이 발사에 성공하자 김여정은 폴짝폴짝 뛰면서 기쁨에 겨워 눈물을 쏟아내고, 김정은은 처자식이 보는 앞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제 자손 대대로 해먹을 수 있게 되었구나..' 화성-17형은 김씨 일가의 세습 유지를 위해 이천만 인민의 고혈을 짜낸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김정은 일가가 얻은 것은, 이제 미국이 북한을 함부로 공격할 수 없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입을 함부로 놀리며 경거망동을 일삼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화합 정책을 지지해온 우리 국민들 마저 미국의 ‘김정은 참수작전’에 동조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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