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2일, 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6주기 추모식. 수행하던 누군가가 윤석열 후보의 넥타이 색깔을 지적하자, 윤 후보가 수행실장인 국민의힘 이용 의원을 향해 질책을 하고 있다. 윤 후보측은 '색깔'이라 했다하고, 민주당은 '새끼'라고 욕을 한 거라고 주장했다. jtbc 보도화면 갈무리
늘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그게 새로 뽑힌 대통령 부부 때문이라니 아이러니합니다. 취임 100여 일만에 둘은 경쟁하듯 돌아가면서 사고를 칩니다.
대통령실은 해명하기에 바쁩니다. 수석들은 영문도 모르고 욕을 먹습니다. 출세에 눈이 먼 십상시들은 “이때다!” 하구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기회로 이용합니다.
지금 국민들은 동영상 하나를 틀어놓고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분명히 ‘새끼’라는 말과 ‘바이든’이라는 말이 들리는데, 십상시들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건, 십상시 중에는 ‘새끼’와 ‘바이든’은 없으니 다시 함 신중히 들어보라며 전 국민을 상대로 궤변을 늘어놓는 가스라이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래저래 부화만 치솟고 피곤하기만 합니다.
대통령 부부가 취임 100여일 만에 두 번이나 해외를 나가는 것에 대해 국민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일부 극좌세력은 ‘김건희 패션쇼를 위한 해외여행’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습니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위한 명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영국여왕 조문, 한-일, 한-미 정상회담이란 굵직한 의제를 내걸었습니다. 영국여왕 조문은 왠일인지 교통 혼잡 등 궁색한 이유를 대며 하지 않았습니다.
한일정상회담은 하지 못하고 행사장까지 찾아가 가까스로 만나서 악수는 할 수 있었습니다.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 기시다를 애써 만난 것 자체는 탓할 수 없으나 특별한 의제가 없는 데도 오로지 순방 성과를 위해 지나치게 굴욕적이었습니다.
국민들이 가장 주목했던 건 한미정상회담입니다. 현대차가 바이든의 권유로 미국에 수십조나 투자를 했는데,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한국차를 빼버린 것입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순방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건데 바이든은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일정을 핑계로 우리 대통령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초조해진 대통령은 급기야 초대받지도 않은 회의장에 찾아갔습니다. 바이든이 주도하는 감염병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바이든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48초 동안 덕담을 건네며 악수만 나누는데 그쳤습니다. 열 받은 대통령은 나오면서 바이든을 비하하는 발언을 내뱉습니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십상시들은 대통령이 ‘새끼’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은 평소 그런 저속한 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새끼’라는 표현은 대통령이 늘 쓰는 비속어로 노출됩니다.
후보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서 검은색 넥타이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수행원을 욕하는 영상이 보도된 적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도 대통령이 평소 자신을 욕하고 돌아다닌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때도 십상시들은 그 욕이 ‘새끼’가 아니었다며 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부부가 영국여왕 조문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조문을 가면 탁한 기운이 묻어올 수 있다는 무속신앙을 맹신해 대통령 전용기 출발 시간을 일부러 두 시간을 늦추고 교통 사정을 핑계로 조문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국회에서 야당측이 이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를 했으나 총리는 물론 관계부처 누구도 속 시원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궁색한 답변은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순방으로 30%대까지 올라갔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5%나 떨어졌습니다. 국민들이 이만저만 실망을 한 게 아니죠.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욕설관련 23초짜리 유튜브 영상을 링크해 놓고 "음성을 연구하는 모 대학에서 잡음을 최대한 제거한 음성인데, ‘이 새끼’도 없었고 ‘바이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부부가 오늘 귀국을 합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이번 순방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무슨 말을 할까요. 평소 행적을 보면, 논란이 된 문제는 언급 없이 뭉개버리고, 십상시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노고’ 운운하며 경의를 표할 겁니다.
문제는 대통령 부부가 주변에 십상시들을 포진시켜 놓은 채 이런 사고를 계속 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뭉개거나 부인하는 등 반성이 없으니까. 어쨌거나 기왕 선출했으면 미숙한 점은 고쳐나가고 잘하는 건 격려하면서 나라를 정상화시켜 나가야 하는데, 잘못한 점을 인정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십상시들을 앞세워 거짓 해명으로 일관합니다.
이번에도 ‘새끼’라 칭한 비속어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며 난데없이 페이스북에 "국회에 적극 협력을 기대한다"고 게시하는 등 왜곡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명확하게 들리는 '바이든'도 '날리면'이라 말한 거라고 주장해 시중에는 이를 패러디해 "조 날리면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조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조기 퇴진 등 차단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로선 크게 힘을 얻지 못하는 급진적 발상인데, 언젠가는 국민적 공감을 얻게 될까봐 우려스럽습니다. 무능한 데다 곤경에 처하면 거짓말을 늘어놓는 대통령을 좋아할 국민은 없기 때문이죠. 십상시들이 쉴드를 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배가 침몰하면 쥐떼들이 가장 먼저 도망을 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