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최정예 1만2천명 우크라전 파병 사실인가

박태환 승인 2024.10.20 10:53 | 최종 수정 2024.10.21 08:03 의견 0
18일 '3차 세계대전'을 언급한 국내 주요언론 타이틀

"북한이 우크라전에 최정예 특수부대 1만2000명을 파견키로 해 전 세계가 긴장을 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하는 4개 여단은 11군단 소속으로 알려진다. 11군단은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로 '폭풍군단'으로 불린다. 우리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비슷하다. 북한은 우선 1차 1500명의 특수부대 병력을 러시아로 파견을 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토가 파병을 할 경우 3차 세계대전이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좌시않고 대응할 것'이라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제 하루 동안 국내 언론이 보도한 북한군 우크라전 파병 기사 내용을 요약했다. 출처는 우리 국가정보원이었다.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면서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미 1500명이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을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다.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으로 국정원은 예상했다.

국정원은 어떻게 북한군 파견 병력이 1500명이라고 단정했을까. 위성으로 보기에 러시아 상륙함이 4척이니 그 정도 숫자이지 않겠나 하는 추산으로 보인다. 북한군 1만2000명 파견이라는 소리는 뭔가. 별다른 정보 없이 2차 수송 작전이 예상되니 1만2000명일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추측이다. 하여간 국내 언론은 1만2000명 파견을기정사실회하고 3차대전이 우려된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17일 연합뉴스는 영국 BBC가 북한군이 러시아 극동의 기지에 3000명에는 미치지 못하는 병사들을 이동시켰다는 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내용을 살펴보니, BBC 방송 러시아지국은 16일 러시아 극동 지역의 군 관련 소식통에게서 "복수의 북한인이 도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들이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우수리스크 인근의 한 군기지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인원수는 밝히길 거부하면서 "3천명에는 전혀, 가까이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BBC의 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3천명에 휠씬 미치지 못하는 북한인이 러시아 우수리스크 군기지에 배치가 되었는데, 이게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 1만2000명이 우크라전에 참전을 한다고 부풀려진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우크라 정부가 공개한 북한군 참전증거 사진 / 연합뉴스


국정원이 공개한 북한 파병 증거는 죄다 위성사진이고, 우크라 정부가 북한군 참전증거라며 공개한 영상사진이다. 18일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보급품을 수령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라며 X에 공개를 했다. 영상 장소는 러시아 연해주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장이며 72시간 이내에 촬영된 영상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의 모습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얼른 보기엔 우리나라 신병훈련소에 갓 입대한 신병들의 모습보다 군기가 빠져있는 듯하다. 우크라 정부는 영상에서 북한 말투가 나왔기 때문에 북한 군인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 속 인물들은 북한인이라기 보다 동남아인에 가깝다. 참고로 이곳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장에서는 지난 9월 '라로스 2024'라는 러시아-라오스군 합동 훈련이 있었단다. 따라서 "나오라 야!" 하는 소리는 훈련 지도나 참관을 하러온 북한 관계자의 목소리일 수가 있다.

우리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토 주요국은 신중한 반응이다.

VOA등 외신에 따르면,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위기를 심화시키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북한군 파견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발언이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국가정보원의 발표와 근거를 신뢰하지만 미국이나 나토의 추가적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도 북한군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적 공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큰 우려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역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발표도 마찬가지이다. 션 새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 발표에 대해 "이러한 보도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험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는 파병설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의 요청으로 우크라전에 군사고문단과 기술진 등을 파견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북한이 지원한 드론·미사일 등 신형 무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게 영국 BBC의 보도와 우크라 정부의 주장을 근거로 최정예 특수부대 1500명 파병이 되고 1만2000명까지 부풀려진 게 아닐까 싶다.

분단국가에서 국가정보원 발표 등 군사 안보 문제에 대한 이견은 국가 안위와 직결되므로 신중해야 한다. 이런 국민 정서를 악용하는 사례는 영구 집권을 꾀한 박정희 정권 때나 있었고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드물었다. 타이틀에 국정원과 대통령실의 로그를 나란히 걸어놓는 것으로 속마음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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