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박태환 승인 2020.07.25 05:53 | 최종 수정 2020.07.25 16:17 의견 0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 과정을 살펴보고 사법처리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요구에,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24일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계속 수사·기소하고, 한동훈 검사장은 수사 중단·불기소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법원이 지난 17일 이 전 기자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가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밝혔으나,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이 사건의 골자는 “이동재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이철 전 VIK대표를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 전 기자가 옥중에 있는 이 전 대표에게 4차례 보낸 편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 이 전 기자가 회사 법조팀 후배 백모 기자에게 한 발언 등이 정황증거로 제시됐다.

대화 녹취록을 보면,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을 겨냥한 취재 상황을 설명하자 한 검사장은 “그건 해볼 만하지”라고 언급한다. 이 전 기자는 후배 백 기자와 통화하며 “한 검사장이 ‘나를 팔아’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그건 해볼 만하지”라는 말은 단순한 덕담일 뿐이고,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이 ‘나를 팔아’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 건 후배 기자의 취재 의욕을 고취하려 꾸며낸 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심의위의 판단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철 전 대표를 협박한 것이며, 한 검사장과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수사를 중단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은 단 한 번의 통화만 한 게 아니라는 게 중앙지검 수사팀의 판단이다. 대화가 녹취된 통화 외에, 통화는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녹취록 통화에서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게 ‘지금 어디에요’ 위치를 묻는 걸로 봐서는, 통화 당일 부산 모처에서 직접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계속 소환에 불응해 1차 조사도 채 완료하지 못했고,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하라”고 의견을 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권의 남용으로 피해를 입는 힘없는 이들을 지켜주는 게 수사심의위의 역할인데,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인 한 검사장에 대한 기초적인 수사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인데다, 한 검사장이 힘없는 서민이 아니라 검찰총장의 비호를 받고 있는 특권층이란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서지현 검사에 대한 성추행·인사보복 등 의혹을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비롯해 지금까지 총 8번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심의위 결정은 권고 효력만 있어서 검찰이 이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검찰은 8번 모두 심의위의 결정을 따랐다.

이전의 7차 심의위에서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불법으로 승계하기 위해 회계 조작과 시세 조종 등을 지시하고 보고 받았는지가 쟁점이었는데, 심의위는 불기소 의견을 내어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경제 살리기’ 측면에서 거시적 이해를 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아니다. 수사팀은 법률에 의거,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검찰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특정 인사를 표적삼아 언론과 공모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검찰권의 남용이자 정치개입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공명정대하게 계속되어야 한다. 기소 여부는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조국 장관, 송철호 울산시장 등 친정권 인사의 검찰수사에 대한 보복으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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