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은 왜 카카오를 싫어할까

박태환 승인 2021.09.30 07:51 | 최종 수정 2021.10.01 03:38 의견 0

카카오 블루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카카오T 앱 작동법 등 교육을 받아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에게서 교육비를 받는다. 카카오 블루에 가입을 한 차량은 카카오T 외장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 역시 택시기사가 부담해야 한다.

카카오 블루에 가입을 한 법인택시기사는 월매출액의 3.3%를 카카오모빌리티에 수수료로 납부해야 한다. 개인택시의 경우는 5.0%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호출로 태운 승객뿐만 아니라 일반손님의 경우에도 일괄 수수료로 3.3%~5.0%를 가져간다. 따라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제 택시기사에게서 받아가는 수수료는 매출액의 5.0~8.0%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블루 외 프로멤버십으로도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프로멤버십이란 택시기사가 운행을 가고픈 선호지역을 설정하면 우선 배차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서울 택시기사들의 경우 주로 ‘인천공항’을 선택한다. 가입을 한 택시기사에게는 월 9만9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란 것도 만들어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웃돈을 내는 승객에게 우선 배차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승객이 낸 요금 중 40%를 떼어간다. 만약 승객이 1,000원 웃돈을 내면 400원, 2,000원의 웃돈을 내면 800원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처럼 카카오모빌티가 이런저런 방식으로 수익을 꾀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택시기사에게서 무려 40%나 떼어가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 2,000원에서 5,000원으로 대폭 인상을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것이다. 카카오 그룹 전체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른바 ‘상생안’이란 걸 내놓았다. 주요 골자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 인상은 보류하고,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조성하며, 프로멤버십의 월 요금을 기존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대폭 인하를 하겠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이를 여론호도용 기만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요금을 대폭 인하한 프로멤버십은 택시기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 가입을 한 수가 밋밋해 요금 인하 조치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들과 진정한 상생을 하려면 카카오 블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블루란 카카오T 호출을 한 승객에게 일정한 거리 내에 있는 택시에게 무조건 강제 배차를 하는 시스템이다. 택시기사들은 이 시스템이 카카오T 앱을 개발한 원래 취지에 맞지 않고, 택시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IT산업의 혁신적 산물이라며 내세운 카카오T 앱 개발 취지는 “승객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택시를 호출해 연결 시킨다”는 것이다. 건데 승객과 가까운 택시가 카카오T 앱을 장착하고 있어도 카카오 블루에 가입을 하지 않으면 호출을 받을 수 없는 폐단이 있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교육비나 외장 디자인 비용마저 택시기사에게 부담 지우는데다 회사에 압력을 가해 카카오블루에 가입을 하지 않은 기사의 새 차를 빼앗아 카카오블루 가입 차량으로 영업을 하게 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택시기사들은 최근 들어 기존의 카드 단말기가 고장이 나도 교체를 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카카오페이 결재 확산을 위해 일반카드로 요금을 지불하는 단말기 공급마저 훼방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룹 차원에서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발표도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사실 상생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맨날 책상머리에 앉아 택시기사나 대리기사, 골목 미장원 여주인을 이용해 호주머니를 더 채울 궁리나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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