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빈관 신축 파동을 보며

박태환 승인 2022.09.19 00:34 | 최종 수정 2022.09.20 02:23 의견 0
서울의 소리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는 김건희 씨와 52차례 통화를 나눈 7시간 분량의 녹음 테이프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겨냥해 이런 류의 말을 합니다.

"내가 정권 잡으면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이란 게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입건하고 수사한다. 권력이 그래서 무섭다."

나는 김씨가 ‘내가 정권을 잡으면’이라고 발언을 한 것을 처음에는 무심코 내뱉은 허세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대통령이 되자 정말 자신이 정권을 잡은 것마냥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자 대통령실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며 수십 명을 내보낸 적이 있죠. 나는 그게 김건희 씨의 ‘작품’인지 모른다는 의혹을 갖고 있습니다. 즉, 국내외 순방 비선문제나 대통령실 사저 공사 등에서 자신의 연루 사실이 보도되자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는 겁니다. 혹자는 김건희 씨가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실세는 누구인지, 일깨워주는 의도가 내포된 거라고 볼 수 있다고 평을 하더군요.

SBS 보도 내용 캡쳐

요새 영빈관 신축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우호적인 조중동마저 878억원이 소요되는 영빈관 신축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영빈관 신축을 누가 추진했는지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씨는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빈관을 옮긴다"고 말을 합니다. 민주당은 이 녹취록을 근거로 특검을 통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집단적 망상’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나는 김건희 씨가 영빈관을 옮긴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영빈관을 신축하기로 한 결정은 김씨가 내렸을 거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국정을 최종적으로 논하는 대통령실의 수석들이 아무도 영빈관 신축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김씨가 대통령실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조직을 통해 영빈관 신축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판단을 합니다.

참고로 한덕수 국무총리도 오늘 국회 답변에서 자신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윤 대통령도 뒤늦게 알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 직권으로 황급히 거두어들였을 거라는 추정이죠.

김건희 씨와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민주당은 김건희 씨의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반대를 하고 나서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 특검 법안 발의가 실효성이나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희박할뿐더러 설사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를 한다는 겁니다.

제 판단은 좀 틀립니다. 국민 다수는 김건희 씨에 대한 특검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열에 여섯 명 정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위정자는 국민이 원하는대로 따라야 합니다.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고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됩니다. 특히나 다른 사람도 아닌 부인 비위 문제입니다.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실제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빌미로 탄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 대표는 또 민생이 걱정되어 특검을 반대한다고 말합니다. 작금 국민의힘은 '이준석 죽이기'에 올인하고 있고, 검경은 '이재명 먼지털기'에 혈안이 된 판국에, "김건희 특검을 하면 민생이 걱정된다"니, 시덥잖은 말장난같이 느껴집니다. 야당 의원 입장에서 정부여당이 권력 암투를 벌이는 지금은 민생이 안중에 없고,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을 하면 민생이 걱정됩니까?

제가 보는 견지에서 김건희 씨에 대한 특검이 필요한 이유는, 그녀의 행동에 대한 통제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이제 다들 느끼시겠지만, 윤 대통령조차 부인 김건희 씨를 어려워한다는 사실입니다. 김씨의 행적은 과거도 논란이지만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김씨는 자숙없이 조만간 또 무슨 문제로 우리 국민들을 곤혹스럽게 할지 모릅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불과 100여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기간동안 김건희 씨는 끊임없이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국익이나 국격을 위해서도, 법적 처벌 여부는 둘째 치고, 이제쯤 김건희 씨가 정신이 들게끔 한 번 제대로 걸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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