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을 보며

한동훈 후보의 답장 여부보다 김건희 씨의 국정 간여가 문제
애초 사과할 의향이 없었던 사적 문자 유포로 당무 개입

박태환 승인 2024.07.09 08:42 | 최종 수정 2024.07.11 16:43 의견 0

오는 2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로 출마한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세 후보가 연일 지지율 선두의 한동훈 후보에게 김건희 씨 문자 '읽씹' 공세를 퍼붓고 있다.

김건희 씨가 디올백을 받은 것에 대해 사과를 하겠다며 한 후보(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다섯 번이나 문자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는 무례를 저질렀고,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원희룡 후보를 밀고 있는 국민의힘 친윤계는 "한 후보가 답장을 하지 않아 여사님이 사과를 못해 선거에서 패했으므로 당 대표 후보에서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판장까지 돌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서울의소리에서 디올백 영상을 폭로하자, 김경률 등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들은 김건희 씨의 사과를 요구했고, 대통령실은 '몰카 공작'이라며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김건희 씨가 직접 한 후보에게 "제가 잘못했으니 사과 하라면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 등을 다섯 번이나 보냈고, 한 후보가 답장을 하지 않자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어 한 후보가 "디올백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할 문제이다"라고 발언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보내 비상대책위원장 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고, 한 후보는 '당무개입'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번 논란은 한 후보의 답장 여부보다, 김건희 씨가 한 후보에게 문자를 보낸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대통령실은 '몰카 공작'이라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데, 김건희 씨는 대통령을 배제한 채 사과를 하겠다고 나선 판국이니 한 후보의 처신이 어렵다.

게다가 진정 사과할 의향이라면 답장 여부와 관계없이 사과를 하면 될 일이지, 연달아 다섯 번이나 문자를 보내 "시키는대로 하겠다"고 되풀이한 의도는 뭔가. 지나치게 공손한 어조가 때가 되면 써먹으려는 요량인가. 당시 김건희 씨는 주변 인물에게는 "사과를 하면 들개처럼 물어뜯기기만 할 뿐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진중권 페이스북 진중권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총선 직후 진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대국민사과를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며 주변인의 만류 때문에 사과를 하지 못했다"고 말해놓고는, 이제 와서 당 대표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자신이 ‘사과를 하고 싶다’고 보낸 문자를 주변 인물에게 유포하는 등 악용을 하고 있다.


이번 논란 야기로 김건희 씨의 대통령실을 배제한 국정 간여의 심각성이 부각되어 윤 대통령 부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으로 예측한다. 친윤 후보를 여러 명 난립시켜 한 후보가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결선에서 원희룡 후보로 역전시키겠다는 게 친윤계의 전략인데, 이번 '읽씹' 논란으로 일장춘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격화되자 한 후보를 향해 "대통령실은 일체 당부에 개입하지 않으니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김건희 씨가 문자를 공개한 행위 자체가 이미 당무 개입이다. 이철규 등 친윤계 의원들이 영부인의 휴대폰을 해킹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게다가 한 후보가 "여러 경로로 알아보니 사실상 사과할 의향이 없었다"고 주장하자, 이철규 의원 등은 다섯 건의 문자 전문을 공개했는데, 이들이 김건희 씨의 동의 없이 사적 내용이 포함된 전문을 무단 공개 했을까. 6개월 전에 자신이 일방적으로 보낸 문자를 악용해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한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저의를 일반 국민은 물론 국민의힘 당원들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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