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좀체 볼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대표)가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를 자리까지 찾아간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일이라 기자들의 카메라 후레쉬가 터졌다.
요새 '이재명'의 위상이 어떠한가, '여의도의 대통령'으로 불리우고 있다. 용산의 윤석열 대통령이 무얼하고 싶어도 여의도의 이 대표가 내키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부자 감세법안 저지는 물론, 간신류의 관료는 가차없이 탄핵시켜 버린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오물풍선 탄핵'이라고 흥분하는데, '이진숙 자체가 오물풍선'이라는 여론이 높다.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조국 대표는 흐뭇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단순히 인사차 조 대표를 찾아간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 좀 합시다"면서 불러낸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장장 두 시간 동안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하루가 지난 오늘 조국 대표는 페이스북에다 "이재명 대표와 나 사이를 이간질하지 마라"라는 글을 올렸다. 정치권 일각에서 2일 회동에 대해 정국 대처법에 이견이 있었다는 풍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이 대표가 조 대표를 자리까지 찾아가 예의를 다하면서 꺼낸 이야기는 분명 조 대표로서는 듣기 껄끄러운 내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채상병 특검법 제3자 특검 추천안에 대해 수용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 대표로 재선임이 되면 본격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야권이 추천하는 채상병 특검법안을 두 번이나 강행 시도했으나 국민의힘에서 의도만큼 이탈표가 나오지 않아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반드시 윤석열 정권에 응징의 일격을 가해야 하는 이재명 대표로서는 차선책으로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특검법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사실 채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에 의해 개요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대통령 이하 당사자들이 명백해 보이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부인을 하고 있을 뿐이다. 굳이 야권에서 임명한 강성 특검이 아니더라도 진상을 밝히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건데, 요새 한동훈 대표는 전당대회 때 채상병 특검 수용 공약과는 달리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당 대표로 선출이 되고 두어 차례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 당정 결속을 강조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물귀신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을 수용하면 윤 대통령은 한동훈 특검을 받아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경고가 직간접적으로 전달이 되었고, 한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급해진 이재명 대표가 몸소 조 대표를 찾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요지는 법사위에 상정된 조국혁신당의 1호법안 한동훈 특검을 철회하고, 한동훈 대표를 채상병 특검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이를 이재명 대표가 교섭단체 구성 조건 완화 등을 제시하며 두 시간 동안이나 설득을 했으나, 조국 대표는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재명과 조국 사이에 정국 대처법에 이견이 있었다"는 말이 나돌았고, 조국 대표는 "이간질하지 말라"며 발끈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다.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의 '조국' 모습에 때때로 실망한다. 당명에 굳이 자기 이름 삽입을 고집한 것도,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 1번 고수도 맘에 들지 않는다. 한동훈 대표의 당선축하 메시지에 가족에 대한 복수를 암시하는 늬앙스를 풍긴 건 실망스럽다. 사사로이 자기 방 배치에 불만을 제기하다 한동훈 대표가 양보하자, "한 대표가 양보한 게 아니라 우리 권리를 찾은 것이다" 굳이 항변하는 모습에선 '그릇'이 느껴진다.
'윤석열'이 마누라 보호를 위해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것과 '조국'이 가족 복수에 집착하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 조국 대표에게 대의를 위해 한동훈 특검법안을 철회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한동훈 대표가 모종의 사정에 의해 "어떤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안도 야당과 논의할 생각이 없다"고 번복하는 순간, '3년은 길다'는 조국혁신당의 슬로건은 무의미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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