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빈손 회동'을 보고

박태환 승인 2024.10.22 23:07 | 최종 수정 2024.10.24 23:17 의견 0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대표 면담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수모만 당한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한 대표는 오후 4시30분 회동을 위해 15분 일찍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약속 시간보다 25분 늦게 도착을 했으니, 한 대표는 무려 40분 동안이나 대통령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언제 온다는 연락도 없이 갑자기 우루루 8상시 등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홀로 서있는 한 대표에게 다가오면서 마치 조직폭력배의 보스 같은 위압감을 연출했을 것이다.

대통령실에 그런 허름한 장소가 있는지 몰랐다. 언론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장소였다. 수석도 아닌 아래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회의를 하는 장소같이 보였다. 명색이 여당 대표를 그곳으로 데려와 면담을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마치 윤 대통령이 마주 앉은 한 대표를 추궁하는 듯한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내가 지금 급박한 북한 파병 문제로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를 하고, 영국 외교장관 접견 등 무지 바쁜데, 무슨 할말이 있어 자꾸 만나자고 재촉한 거야. 어디 할말 있음 해 봐.'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면담을 하는데 원탁 테이블이 아니었다. 한 대표를 정진석 비서실장과 나란히 앉혀놓고 아랫사람 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는 한 대표의 표정은 보이지 않고 옆모습이나 뒷모습만 보였다. 한 대표 옆에 바싹 붙어앉은 정 실장은 마치 검사가 피고인를 취조하는 장면을 기록하는 서기처럼 보였다.

당연히 회동 결과는 '빈손'이었다. 윤 대통령의 반응은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상황 인식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도리어 공격적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의혹에 편승해 고생하는 우리 김 여사를 그만 괴롭혀라'라는 것이다. '지금 그딴 근거 없는 의혹 때문에 맘고생이 심해서 김 여사가 살이 많이 빠지고 누워만 있는 판이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4시 30분에 한 대표와 면담 약속을 잡아놓고, 6시에 추경호 원내대표 등 친윤계 의원 20여 명과 만찬 약속을 한 상태였다. 김건희 리스크 해결을 주장하는 한 대표를 당에서 고립 시키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터라 가당치도 않은 졸렬함이다.

이 모든 게 수준으로 보아 '살이 많이 빠지고 누워만 있는 김 여사'의 기획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침대 위에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내가 아직 안 가본 곳이 어디더라' 담 외유 떠날 궁리를 하면서. 국내에선 죄인 취급이고 외국 나가야 영부인 대접을 받는데, 활동을 중단하라는 한 대표가 얼마나 서운했을까.

윤석열 김건희 부부는 말보다 행동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회동이었다. 한 대표가 조만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하니 의제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특검 중립 선정 등 한 대표의 제안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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