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 1위 윤석열’의 의미

박태환 승인 2020.08.06 01:24 | 최종 수정 2020.08.10 09:58 의견 0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신임 검사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이에 앞서 검언유착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달 24일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 발언 역시 화제가 됐다.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 "지금 이 광풍(狂風)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 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 속에 남겨주십사 하는 것“

두 사람의 발언을 듣고 마음이 착잡한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알고 이러나, 모르고 이러나’ 의아해할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고,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앉힌 것은 ‘검찰 개혁을 완수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건데, 윤 총장은 검찰 조직 보호를 위해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다. 더구나 조국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윤 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앉혀야 한다고 강력히 천거했던 인물이다.

물론 검찰수장 입장에서 법무부장관 아니라 대통령일지라도 범법행위가 있으면 수사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결과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혐의가 불투명하며 무리하게 기소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윤 총장은 특수부 수사 인력을 총동원했음에도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진척이 없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하고, 심지어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울산시장에 대한 별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실 수사를 통해 유재수 부산 부시장을 구속 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송 시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는 ‘억지 기소’ 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막상 기소는 했는데, 범법 증거가 부족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궁색한 처지에 내몰려있는 실정이다.

유 전 부시장 역시 이내 보석으로 석방이 됐다. 직위를 이용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던 몇몇 금융인한테 틈틈이 용돈을 받아쓴 수준이었던 것이다. 검찰은 당시 뇌물 수수액을 올리기 위해 구속영장에 ‘중고 골프채 80만원’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국민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수사’를 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수사를 총괄한 한동훈 검사장의 ‘권력에 반대하는 수사를 했다’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두 사람이 검찰개혁 저지를 위해 조국 장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혀 낙마시키고, 가족들에 대한 대대적인 먼지털기 수사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한다.

지난 4월 총선 결과가 그걸 웅변한다. 조국 장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되었던 다수 인물이 국민의 지지로 금배지를 단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177석이라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을 완수하라는 임명권자 문재인 대통령의 명을 거역하고, 오히려 친정부 인사를 겨냥해 검찰력을 남용하는 수사로 저항했다. 이제 와서는 미래통합당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때 흔히 사용하는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언사를 의도적으로 내뱉기까지 한다.

돌아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파격적이었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5기수 아래인 윤 지검장이 낙점되면서 중간간부 60여 명이 사표를 내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요청에 따라 특수부를 확대 개편시키고, 한동훈 등 특수부출신 검사들의 요직 독식을 묵인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검찰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인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총장은 도리어 특수부 인력을 동원해 총구를 문 대통령에게 겨누며 개혁에 저항한 인물이다. 그 반사이익으로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반발하는 통합당 옹호세력으로부터 '대권주자 1위’라는 지지를 얻고 있다. 윤 총장은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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