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 극우세력에게 ‘죄송하다’는 김종인

박태환 승인 2020.09.14 10:55 | 최종 수정 2020.09.16 14:02 의견 0
 

코로나19를 전국적으로 재확산 시킨 광복절 집회는 누가 주도를 했나? 전광훈 등 일부 개신교 목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우리공화당, 민경욱 전 미통당 의원 등 총선불복 세력이 그들이다.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독교를 말살하기 위해 북한 김정은에게 나라를 갖다 바치려하므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의 대북유화정책은 ‘평화’를 목표로 한다. 북미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위기 탈출과 평화 유지를 위해 중재에 나선 것이다. 평화가 곧 가장 강력한 안보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 한 푼도 뇌물을 받지 않았는데,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은 부모 사후 근령 ·지만 등 두 동생마저 저버리고, 최태민의 집안 식구와 함께 동거동락을 해왔다. 삼성 등 대기업이 최태민의 딸인 최순실에게 준 뇌물은, 곧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이다.

민경욱 전 미통당 의원 등은 자신이 총선에서 낙선한 이유를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정부와 내통해서 사전투표 선거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조차 "신봉자들에게 주술 정치를 반복하고 괴담을 확산시키고 있으니 아예 당을 떠나라“고 비판한다.

이들 극우 세력이 주축이 되어 다시 개천절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국민의힘이 광복절 집회에 대해 방관적인 입장을 취했다며 개천절 집회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극우 단체들의 집회 개최에 대한 입장 표명에 나섰다.

“스페인 독감으로 13만 우리 동포가 사망하는 와중에도 죽음을 각오하고 3.1 만세운동에 나선 선조들이 생각돼 가슴이 뭉클하고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죄송스러움조차 느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무죄’라고 하고, ‘중국 정부와 내통해서 선거를 조작했다’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일제 탄압에 맞선 3.1 운동에 비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친여 인사들은 "국가의 방역과 경제가 망가져야 자신이 원하는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추악한 노욕을 드러낸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한겨레신문은 11일자 사설에서 “극우단체들의 집회를 3·1 운동과 동일 선상에 놓다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어찌 국권을 찬탈한 일제에 목숨 걸고 맞선 독립운동을 극우단체들의 무분별한 행태에 비유를 하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발언 중 광복절 집회를 연 극우세력에게 ‘죄송스럽다’고 한 것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말 못할 고통을 당하고 있는 데, 정치권을 대표하는 인물이 코로나를 확산시킨 주범에게 사과를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집회를 강행한 극우 세력에게 사과를 하기보다, 집회 강행을 묵인해 국민에게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국민에겐 개천절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고, 지지층의 한 축인 극우세력의 지지도 잃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극우 세력의 집회를 3.1운동에 빗댄데 이어 정부의 긴급재난 지원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돈 맛’ 운운하며 국민 비하적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평소 주장해온 기본소득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4년차에도 50%에 달하는 지지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국민에 대한 진솔함 때문이란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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