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아버님, 이제 그만하십시오

박태환 승인 2021.05.13 06:01 | 최종 수정 2021.05.14 00:12 의견 2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2021년 4월 25일 새벽에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의과대학 재학생 손정민 군이 반포한강공원에서 밤새 친구 이모 군과 함께 음주를 하고 잠을 자다가 실종되어 5일이 지난 4월 30일 반포한강공원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실종 전후 손 군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확보한 영상자료를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실종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30분쯤 한강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손 군이 물건을 계산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2. 다음날 오전 2시쯤 손 군이 자신의 SNS에 이 군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찍어 올린 영상

3. 같은 날 2시 30분쯤 손 군은 잔디밭에 누워 자고 있고, 이 군이 손 군을 깨우다 지쳐서 휴대폰을 보는 사진

4. 같은 날 오전 4시 30분쯤 이 군이 혼자 공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긴 공원 CCTV 영상

5. 같은 날 오전 5시쯤 이 군과 이 군 부모가 한강공원에서 손 군을 찾고 있는 공원 CCTV 영상

위 확보한 영상 자료를 토대로 손 군과 이 군의 행적을 추정해 보자.

1. 손 군과 이 군은 편의점에서 술을 산다. 막걸리 청주 소주 등이다. 손 군은 자신이 마실 소주를 특히 많이 사는데, 이날 손 군은 대략 소주 5~6병 정도를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2. 만취 상태의 손 군과 이 군은 SNS에 둘이 춤추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3. 만취한 손 군은 잔디밭에 누워 잠이 들고, 이 군이 집으로 가자고 잡아끌지만 일어나지 못한다. 할 수 없이 이 군도 손 군 옆에서 같이 잠이 든다.

4. 이 군이 잠에서 깨니 손 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군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니 “혼자 오지 말고 찾아서 집으로 보내고 오라”는 충고를 듣는다.

5. 이 군은 손 군을 찾아 돌아다녔으나 끝내 보이지 않자, 혼자 택시를 타고 귀가를 한다.

6. 이 군으로부터 손 군을 찾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이 군 부모는 이 군과 함께 한강공원으로 와서 손 군을 찾기 시작한다.

7. 끝내 손 군을 찾지 못한 이 군 부모는 할 수 없이 손 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다.

손현(손 군 아버지)씨가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나의 판단이다.

왜 이 군이 우리 아들 휴대폰을 갖고 있나?

--아드님이 너무 취해서 이 군이 소지품을 챙겨준 때문일 겁니다. 이 군 휴대폰은 아드님이 갖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둘 다 자기 것인줄 알고 각각 하나씩 갖고 있었겠죠. 따라서 이 군 휴대폰은 강 속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새벽에 전화를 했을 때 발신음이 가다가 나중에 완전히 끊긴 것은 그때부터 밧데리에 물이 스며들어 방전이 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우리 집에 먼저 전화를 하지 않았나?

--이 군은 당시 이런 심각한 상황인지는 몰랐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술 먹고 벌어진 일이라 죄송해서 친구 부모님을 새벽에 깨우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자기 집에 먼저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부모님과 함께 아드님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왜 신발을 버렸나?

--운동화는 증거 인멸 차원에서 당일 바로 버린 게 아니고, 3일쯤 뒤에 버린 것으로 압니다. 뒤늦게 이 군 어미니가 살펴보니 토사물에 범벅이 되어 있어 별생각 없이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인인데 왜 변호사를 선임했나?

--이 군은 귀하와 언론에 의해 이미 범인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습니다. 이 군 부모님은 여론에 떠밀린 경찰이 자기 아들을 범인으로 몰아갈까봐 우려했을 겁니다. 마음이 여린 이 군이 경찰 조사를 받다 위축되어 엉뚱한 말실수를 할 수도 있기에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변호사를 동행시켰을 겁니다.

왜 난데없이 술을 먹자고 불러내었나?

--귀하가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해도 “귀한 외아들을 졸지에 잃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곤 두고 보고만 있었는데, 실은 이 의혹 제기가 저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귀하의 이 발언은 “이 군이 아드님을 유인해 살해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군은 아드님이 최근 사랑하는 할머니를 잃은 데다 교우 관계에 관한 고민을 토로하니 위로 차원에서 날을 잡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날 이 군은 아드님만 부른 게 아니라 다른 친구도 불렀는데, 그 친구는 다른 약속 때문에 오지 못했습니다.

과연 이 군이 범인이 맞을까?

손 군과 이 군은 평소 정말 친했던 사이로 보인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술에 취한 둘은 겹쳐서 누워 있었다고 한다. 손 군 배 위에 이 군이 누워 자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둘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군은 손 군에게 상대가 안될 정도의 왜소한 체구였다. 반면에 손 군은 당당한 체구에 근육질로 보였다.

그럼 이 군이 범인이 아니면 왜 사망을 했을까. 술이다, 소주가 범인이다. 만취해 잠을 자던 손 군은 새벽의 싸늘한 한기 때문에 깨어난다. 흔히 그러하듯 잠에서 깬 후 용변을 보러 강가로 갔다가 실족을 한 걸로 추정된다. 얕은 수위였지만 만취한 상태의 손 군은 뻘밭에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 강 건너 불빛을 보곤 뭍이라 생각하고 점점 강 한가운데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 손 군 호주머니 속의 이 군 휴대폰 신호음이 한때 강 건너 기지국에서 포착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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