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와 윤핵관

박태환 승인 2021.12.23 10:40 | 최종 수정 2021.12.23 11:08 의견 0
이준석과 조수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에서 발을 뺐다.

이준석 대표는 20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건희 문제’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자고 했다. 그러자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 등이 반대를 했다고 한다. “비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등의 이유였단다. 풀이를 하자면, 윤석열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씨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뜻일 거다.

회의에 공보단장인 조수진 의원이 뒤늦게 참석을 했다. 조 의원은 다짜고짜 메모지를 꺼내들고 “후보의 말씀을 전하겠다”며 “후보께서는 당 의원들이 김건희 씨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를 해주지 않아 섭섭하게 생각하시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은 조 의원에게 “후보측 핵심 관계자의 말이 나를 저격하고 있으니 정리를 하라”고 말하자, 조 의원은 “내가 왜 당대표 말을 들어야 하냐. 나는 후보의 말만 듣는다”고 반발한다.

권성동 의원에 이어 조수진 의원마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이준석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그리고 다음날인 21일 "선거대책위원회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 며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본부장 직에서 사퇴를 선언해 버린다.

이준석 대표는 자주 ‘윤핵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상기 조수진 의원에게 한 발언에서 보듯 언론이 “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윤핵관은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 윤핵관의 실체는 무엇일까. 김건희 씨 문제를 놓고 따져보자.

이준석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김건희 씨의 허위 학력·경력 위조 문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건희 씨는 큰 잘못이 없고 후보가 사과를 했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예컨대 최근 영입된 이수정 교수 같은 이는 “김건희 씨의 경력은 위조된 것이 아니라 다소 부풀려졌을 뿐이다”라고 옹호한다.

이처럼 윤석열 후보의 구미에 맞게 처신하며 두둔 행보를 하는 이들을 윤핵관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권성동, 장제원, 김재원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주관적으로 본 캠프 내 서열순이다.

권성동 의원은 윤석열 후보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측근이다. 윤 후보의 묵인아래 김종인 총괄위원장을 제쳐두고 실제 캠프를 진두지휘한다. 장제원 의원은 주로 민주당 의원 등 윤 후보를 비판하는 이들을 저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번에도 백의종군 한다고 해놓고 이준석을 “옹졸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김재원 의원은 주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석열 띄우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번 ‘김건희 문제’에서 보듯 이 세 명 외 윤핵관 서열에 오르기 위해 애를 쓰는 이가 조수진 의원과 이수정 교수 등이다.

윤석열과 권성동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어린 이준석이 사사건건 투정을 부리며 윤석열의 대선 행보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심지어 “이준석은 윤석열의 승리를 바라지 않고 훼방 놓고 있으니 캠프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주관적 판단으로 그렇지가 않다. 국민의힘 대표인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을 낙선 시켜서 얻을 이득이 뭔가. 명석한 이준석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 후보 윤석열의 잘못된 행보를 지적하고 제동을 거는 것뿐이다.

문제는 윤석열 후보의 처신이다. 천신만고 끝에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하고 이준석과 화해를 했으나 여전히 두 사람을 소외시킨 채 윤핵관 중심으로 캠프를 끌고 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오늘자 조선일보마저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사설 제목은 <尹 후보의 ‘쓴소리’ 기피증이 야당 내분의 본질이다>이었다. 내가 아는 한 조선일보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윤석열 후보의 처신을 비판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민들은 공정과 정의를 표방하는 윤석열 후보가 아내 김건희 씨 문제에서는 표리부동한 처신을 하는 것에 실망하고 있다. 그래서 이준석 대표에 이어 어쩌면 조선일보도 윤석열 후보에게서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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