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준석을 몰아내지 못했다

박태환 승인 2022.08.27 11:09 | 최종 수정 2022.08.28 07:28 의견 0

그들은 이준석이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이준석을 몰아내지 못했다. 대통령까지 참석해 승리의 잔치를 만끽하는 순간에 대역전극이 벌어진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비상상황을 연출했다. 배현진 의원을 자발적인양 최고위원에서 사퇴를 시킨 게 음모의 시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준석을 이토록 몰아내고 싶어 할까. 이준석이 정치적 거물이라서가 아니다. 이준석이 인간적으로 무작정 싫어서도 아니다. 이준석이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이준석은 윤석열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하자는 대로 무작정 따라 하지도 않는다. 이게 윤 대통령이 이준석을 몰아내려고 하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이제 거대야당 대표로는 '이재명'이 나설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쌓인 게 많은 이재명은 사사건건 윤 대통령과 부닥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170 의석으로는 개헌 외에 할 수 없는 게 거의 없다.

이재명은 대권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온갖 의혹에 시달려 왔다. 성남 대장동 개발부터 부인 김혜경 씨가 초밥 사먹은 것까지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엊그제는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당 대표가 되는 순간 이재명은 복수의 칼날을 윤 대통령의 목에 들이댈 것이다. 이재명이 보기에 먹잇감은 풍부하다. 우선적인 타깃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될 것이다. ‘내 마누라를 그토록 괴롭히고 수모를 주었으니 당신도 함 당해봐라.’

이재명이 김건희 씨의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청했을 때 이준석은 어떻게 처신할까. 그게 윤 대통령은 못 미더운 것이다. 평소의 이준석은 영부인이라도 위법 행위가 다분하고 특검 필요성이 느껴지면 동의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이번 ‘이준석 사태’를 노회한 보수와 참신한 보수 간의 세력 다툼이라 판단할 수 있다.

이준석을 지지하는 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정치 발전이 있기를 고대하는 시민들과 허은아 김웅 등 초선 정치 세력이다. 최근 3선 하태경 의원도 이준석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 반대편에서 이준석을 비판하는 이들은 윤핵관 외 전여옥 나경원 등 다소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포진해 있다.

이번 기회에 선과 악 구분 없이 부귀영화만 추구해온 자들이 자연 도태되는 결과가 도래하기를 바란다. 희망적이게도 그렇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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