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보수를 수렁으로 내몰려 하는가

박태환 승인 2022.08.29 13:13 | 최종 수정 2022.08.30 05:49 의견 0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를…윤핵관들 결단 필요“

오늘자 중앙일보 톱기사 제목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국민의힘 리더십 공백 사태와 관련해 행한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의 다른 고위급 참모는 더 분명하게 ‘윤핵관 2선 후퇴’를 주장했단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해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일 뿐, 원내대표 자리를 내려놓는 게 순리”라고 말했단다. 당 내분의 불씨가 된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노출과 ‘연찬회 술자리 논란’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의 참모들의 의견은 이러한데, 오늘 아침 윤 대통령은 도어스태핑에서 전혀 엉뚱한 발언을 했다. “우리 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이면 그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의총 등에서 새로 비대위를 만들고,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새 비대위 출범 전까지 한시적으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직을 맡기기로 했는데, 그대로 행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대통령은 그 반대로 말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식적으로 국민의힘은 비대위를 새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법원이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윤핵관들이 이준석 대표를 내보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비상상황을 연출했다고 판단했다. 건데, 또 무슨 비대위를 새로 만들고, 대통령은 의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소리를 하는가.

서병수 “새 비대위 꾸릴 전국위 소집 안할 것... 두번 실수 불가”

방금 올라온 조선일보 톱기사 제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이 당의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전국위 소집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지금 법원은 비상상황이라고 하는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런데 다시 비대위를 어떤 방법으로 만들 것인지, 아무리 당헌당규를 고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다. 서 의원의 말인즉, 법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따라서 비대위를 다시 만드는 것은 위법한 행위이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지금 권성동 원내대표의 심정은 어떠할까. 대통령실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더 이상 누를 끼치지 말고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참모들이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현재 권 원내대표는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권 원내대표를 대표로 심어 당을 장악하려는 윤 대통령이 극구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도어스태핑 발언으로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처신을 비판하는 이들은 친이계 일부 의원들이나 당 중진들뿐만 아니다. 국민의힘 게시판을 보면 당원들 중 열에 아홉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아니, 물러나지 않는 권 원내대표를 향해 원색적으로 욕설을 퍼부어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권성동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전체를 수렁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돌아보면, ‘검수완박’ 법안이 어떻게 탄생했는가.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검찰조직을 위기로 내몬 것처럼, 정치판에 나와서도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국민의힘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경찰·국정원·감사원에 이어 당까지 자기 사람을 심어 장악하려는 의도이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를 앞세워 새 비대위를 꾸려 이준석을 퇴출시킬 공작을 계속하면 보수는 침몰 위기에 처하고 만다.

저작권자 ⓒ 시사인 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