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김신혜 존속살인 사건 감상법

박태환 승인 2023.05.10 10:18 | 최종 수정 2023.05.12 16:47 의견 0

2000년 3월 7일 새벽 5시 50분, 전라남도 완도군의 한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사망자의 신원은 이 버스 정류장에서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3급 지체장애 52세 김모 씨였다. 김 씨의 시신을 발견한 마을 여성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에는 현대 마르샤의 부서진 라이트 조각이 뿌려져 있었고 시신이 도로에 있었기에 처음엔 뺑소니 교통사고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신을 검안해 보니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외상의 흔적이 전혀 없었고 출혈도 전혀 없었다.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 확인한 결과, 김 씨의 시신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ml이 검출되었다. 경찰은 누군가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고, 3월 9일 새벽 0시 10분께 이 사건의 용의자로 당시 23세였던 큰 딸 김신혜를 전격 체포했다. (이상, 구글 위키백과 사건 개요 부분 정리)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는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남 목포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며 2015년에 재심 청구를 했고, 2018년에 대법원에서 재심을 확정했다. 다음 해인 2019년 재심 첫 재판이 열렸고, 2021년 3월 등 네 차례 공판기일을 열고 살인 사건 담당 경찰관 등의 증인신문을 했으며, 오는 24일 13개월 만에 다섯 번째 공판기일이 열린다. 재판 준비 절차인 공판기일이 이처럼 오랫동안 몇 차례나 열리는 경우는 이례적인데, 검찰과 김신혜 간에 보험가입 문제에 이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신혜에 대한 재심 청구가 열리는 것은, 김신혜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아니라는 단정 때문이 아니다. 경찰이 수색영장도 없이 자취방을 뒤지는 등 불법적인 강압 수사를 했고 수면제 등 증거를 조작했다는 점 등 때문이다. 경찰이나 검찰은 아직도 이버지 명의로 보험을 여럿 가입한 김신혜가 살해 범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김신혜를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강남에 김신혜가 거주하는 자취방을 압수수색하다 아버지에 대한 살인계획서가 적혀있는 노트를 발견한 것이다. 보험에 가입시킨 후 수면제를 술에 타서 먹이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를 한다는 내용이다. 김신혜는 연극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김신혜를 상대로 강압 수사를 진행해 시나리오 내용과 똑같이 사건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공명심에 눈이 멀어 무고한 23살 어린 여성을 23년 간이나 수형 생활을 하도록 조서를 꾸민 것이다.

수 년 전 모 방송사에서 김신혜 사건의 의혹에 대해 방송한 날, 분을 참지 못하고 해남경찰서 게시판에다 수사 경찰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 기억이 난다. 다만, 그녀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하지만, 미심쩍은 점이 하나 있었다. 일차 준비기일에서 검찰과 김신혜 간에 고성을 내지르며 다투었다는 보험 문제이다. 특별한 직업 없이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김신혜가 아버지 명의로 일시적으로 8개나 되는 보험에 집중 가입했다는 것은 어떤 해명으로도 납득이 쉽지 않았다. 김신혜가 자신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진술한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지만, 보험 부분에서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판단되었다.

그럼 범인이 김신혜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방송에서는 김신혜에게 자수하라고 권유한 외삼촌이 범인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쭉 검토한 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외삼촌은 경찰의 끄나풀 비슷한 행동을 했을 뿐이다. 오랜 숙고 끝에 이 사건은 타살이 아닌 자살로 판단하게 되었다. 모든 보험살인 사건은 상대를 속이거나 몰래 보험에 가입시킨 후 살해해 보험금을 수령한다. 그 반대의 경우는 없을까.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을 하라고 시킨 후 교통사고로 위장해 스스로 사망하는 경우 말이다. 김 씨가 사망한 사건 현장에는 시신은 멀쩡한데 주변에는 현대 마르샤의 부서진 라이트 조각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보험금 수령자는 세 자식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김신혜가 자신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경찰을 찾아가 범인이라고 자백을 한 까닭은, 자살 교사와 유사한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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