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의 인요한 승리 감상법

박태환 승인 2023.12.12 18:43 | 최종 수정 2023.12.17 09:37 의견 2

인요한 박사가 국민의힘 혁신위를 맡아 "영남 중진들은 모두 험지로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대상인 김기현 대표, 장제원 의원 등이 바짝 긴장을 했다. 인 박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멘토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천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 박사의 이 발언은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김 대표는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정치판에서 원 없이 다해봤다"며 사실상 체념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울산을 떠나 타지에서 출마하면 낙선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타지 사람들은 '김기현' 하면 '고래고기'만 떠올린다. 사실 유무를 떠나 '부패한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김 대표의 얼굴이 요새 화색이 돌고 있다. 인 박사를 내치고 울산 지역구를 사수하게 된 것이다. 그간 윤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은 가정을 선택할 것인지 국민을 선택할 것인지 택일하라"고 말했다. 이제 12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니 민주당이 곧 김건희 씨에 대한 특검을 추진할 것인데,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압박성 발언이다. 부질 없다 생각했다, 윤 대통령은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 수용 여부는 윤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씨가 선택을 한다. 자기 비위에 대한 특검을 한다는 데 자기가 찬성을 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은 당연한양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민주당은 재의요구로 넘어온 법을 재표결해서 통과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에 '노란봉투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된 바가 있다.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법률로 확정되는데, 국민의힘 측에서 반란표가 있어야 '김건희 특검'을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이다.

김한길 위원장의 총선 승리전략에 수긍해 인 박사를 내세워 당 중진들을 영남에서 몰아내고 참신한 신진들을 등용하려고 했던 윤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생긴다. 김기현 장제원 등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당 중진들은 당내 계파가 있다. 어차피 쫓기듯 정치판을 떠나야할 신세라면, 윤 대통령에게 서운하기도 하고,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이라도 하고 가자 싶어 반란을 일으킬 게 뻔하다. 더욱이 무기명이라 압도적인 표차로 '김건희 특검'은 가결이 되고 말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인 박사의 요구에 겁을 먹고 '일빠따'로 부산 해운대를 떠나 수도권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뒤늦게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다시 부산 지역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장 의원이 관광버스를 동원해 지지세를 과시한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 보니 윤 대통령의 부산 깡통시장 먹방에 김 대표는 물론 장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윤 대통령이 굴복을 한 것처럼 보인다. 조국 전 장관의 표현대로라면, 국민을 버리고 가정을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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