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왜 김기현 대표에게 격노하나?

박태환 승인 2023.12.15 11:59 | 최종 수정 2023.12.16 19:51 의견 0
윤 대통령 부부의 네덜란드 순방에 마중나간 김기현 대표의 어두운 표정.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틀간의 잠행 후 대표직을 사퇴하자 '대통령의 격노' 운운하며 정치권이 시끄럽다.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당 대표직은 유지하되, 충선 불출마를 해달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이 3박5일간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실의 제안과 정반대로 "당 대표직을 포기하고, 지역구에 총선 출마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를 전해들은 윤 대통령은 격노한 상태에서 출국길에 올랐다는 것. 일부 언론에서는 네덜란드에 도착한 윤 대통령이 직접 김 대표에게 연락을 취해 총선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요새 국민의힘이 왜 쇄신 방안으로 난리인가. 사태의 원인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때문이다. 중도층이 여당을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 인요한의 혁신위를 꾸렸는데, 그의 일성이 "김기현 · 장제원 등 영남권 당 중진들은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데, 주변 인물들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들의 희생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논리이다.

난 이 자를 '사꾸라'라고 판단한다. 왜냐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의힘이 강서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은 정작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잘못된 사면과 공천이 참패로 이어진 것이다. 대통령 주변의 누굴 물러나게 하고 채워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잘못은 대통령이 당의 선거에 후보를 특정하는 등 주도적으로 관여한 점이다.

지금 쇄신을 하고 혁신을 해야할 당사자는 윤 대통령 자신이다. 국정 운영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바쁜 재벌 총수들을 불러내 먹방이나 하고, 부부 동반 해외순방이나 즐기니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도 참사, 해병대 병사 사망 등에 대한 책임은 누구보다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에도 아래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격노를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지지율 하락으로 드러난다.

우리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씨에게 격노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해외 순방을 나가서 십 수명의 수행원들을 이끌고 명품쇼핑이나 즐기고, 카카오톡으로 연락해 명품 백을 몰래 받고, 금융위 인사 등에 관여한 의혹이 불거져도 격노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국민의 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윤석열과 김건희'가 변해야 한다. 격노는 김기현 대표가 아닌 대통령 자신과 자신의 와이프에게 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김기현 대표 때문이 아니라 무능한 대통령의 폭정과 대통령 부인의 추한 행실 때문에 격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국민의힘 보다 대통령실에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김 대표의 울산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의 룰과 지역 여론에 맡겨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순히 민주당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탄핵 소추를 당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둔다. 김 대표의 잘못은 대통령의 지원으로 대표가 되었다는 것이고, 잘한 점은 그 대표직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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