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찬, 문재인 검찰이 김건희를 소환하지 못했다?

박태환 승인 2023.12.25 07:38 | 최종 수정 2023.12.29 01:56 의견 0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장예찬이란 자가 있다. 고졸 출신으로 재즈학원을 운영하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디올 가방은 대통령 취임 축하 선물로 받아 반품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발언한 공로 때문인지 네덜란드 순방에도 동행했다.

요새 김건희 씨가 난관에 처하면 한 마디씩 거드는 장 씨가 특검 상정을 앞두고 이런 소리를 했다. "지난 정권에서 탈탈 털어도 소환 조사 한 번 하지 못한 사건인데, 무슨 특검을 하나?" 정말 화가 났다. '젊은 친구가 이런 식으로 혹세무민해 저 자리까지 올랐나'하는 생각마저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특검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 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문재인 정부 검찰의 수사에 김건희 씨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이 취임한 이후 형사부에 배당된 사건을 반부패수사부로 이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때도 검찰총장 부인인 김건희 씨는 중앙지검의 소환 통보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김건희 씨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계속 불응하다가 뒤늦게 변호인을 통해 "선거가 끝나면 출석하겠다"고 했다가, 대선에서 남편이 승리하자 흐지부지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사건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국정 감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엄정 수사를 촉구했으나,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리만 반복하며 수사를 회피해 왔다.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은 특검법을 발의했으며, 국민의힘이 계속 훼방을 놓자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해 상임위 심사 기간 180일, 본회의 숙려 기간 60일 등 240일이 경과해 오는 28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이 되는 것이다.

어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총선을 겨냥해서 흠집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동훈 전 장관의 '총선 후 특검 실시' 맥락 발언과 상충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한 전 장관의 발언을 조선일보가 대서특필하고 사설까지 내자 대노했다는 말이 나돈다.

윤 대통령이 한 전 장관의 빌언을 문제삼아 대노했다는 것이 아니라,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할 악법'이라 표현한 한 전 장관의 발언을 '총선후 특검 수용'으로 왜곡 해석한 조선일보에 대한 분노란다. 더불어 '법 앞에 누구도 예외가 없다'고 전제해 오해의 소지를 만든 한 전 장관에 대한 경고같이 들리기도 한다.

향후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까.

윤 대통령은 지금 진퇴양난에 빠졌다. 부인 김건희 씨가 특검에 출두하는 모습은 죽기보다 싫지만,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특검의 거부권을 행사하자니, 총선에서 야당에 200석을 안겨주고 자칫 탄핵까지 내몰릴 수 있다. 어쩌면 윤 대통령은 혼자 술을 마시다 한 전 장관을 불러 "동훈아, 어쩌면 좋으냐. 무슨 묘안이 없냐"하고 방안을 찾고 있을 것 같다. 한 전 장관은 '김건희 호위무사'라는 오명을 벗고 이런 건의할 수 있을까.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재발의 되어 공천에서 탈락한 자들이 이탈해 특검이 통과되면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총선을 망치게 됩니다. 거부권을 행사하실 것처럼 계속 바람을 잡으십시요. 그러다 전격적으로 특검을 수용하면 민심이 크게 우리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고, 총선도 희망이 있습니다. 민주화 시위가 끊이지 않던 절망적인 5공 말기에 직선제를 수용한 노태우는 결국 김대중 김영삼을 물리치고 6공을 탄생시켰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탈탈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총선을 핑계로 국민 70%가 원하는 특검을 거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윤 대통령은 주변 간신배들을 특검 거부를 위한 바람잡이로 내세워 몰락의 길을 가기보다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최근 재회자되는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등은 특검 회피를 위한 진정성이 결여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특검을 받아들이라고 몰아가는 건 의미가 적지 않다.

장예찬 씨, 문재인 검찰이 2년간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던 사건을 왜 윤석열 검찰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무혐의 종결 처리를 하지 않고 있나. 만약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 처벌법에 의거 최소 5년 이상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일 것이다. 명색이 검찰총장 부인이라 차마 강제 수사를 못한 것을, 털어도 별 게 없어 소환 못한 거라고 궤변을 늘어놓다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3년간 독일 수입차 공식 딜러 회사인 도이치모터스의 시세를 작전세력들이 조작한 경제 범죄였다. 이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6명이 2000원 후반이었던 주가를 8000원까지 끌어올렸는데, 김건희 씨 명의 계좌 3개와 어머니 최은순 씨의 계좌 1개가 운용된 게 드러났고, 다들 구속 수감됐다. 하지만 김건희 씨는 선수에게 매입 등의 상황을 보고 받는 녹취록까지 공개되었으나, 문재인 정부 때 검찰이 한차례 서면 조사한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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