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한동훈은 1차 타켓이 아니다

尹은 그물망에 갇힌 악어, 韓은 가위를 든 원숭이

박태환 승인 2024.04.11 11:08 | 최종 수정 2024.04.12 11:24 의견 0
조국 /연합뉴스


어제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막걸리를 사러 동네 편의점에 갔다. 평소 친근하게 대하던 야간조 아주머니가 근무를 하고 있었다.

"막걸리 한 잔 하시면서 개표 상황을 보시려구요?"
"예"
"원하시던대로 결과가 나왔어요?"
"예...근데 너무 많이 이겼어요."

야권이 300석 중 195석 정도를 차지하길 바랬는데, 최대 210석이 예상된단다. 앞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인물은 윤석열, 한동훈, 이재명, 조국인데, 야권이 200석이 넘으면 윤석열과 한동훈은 사라지고, 같은 편인 이재명과 조국의 조기 경쟁으로 민심이 분열되고 정국이 혼탁해지기 때문이다. 87년 대선에서 김대중 김영삼의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다행히 총선 개표결과는 191석이다. 서너 표 모자라지만, 이만하면 절묘하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현재 상황을 관상학적으로 평가하면, 둘은 그물망에 갇힌 악어와 가위를 든 원숭이라 볼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24일간 목숨을 건 단식까지 강행해야 했던 이재명의 윤석열을 향한 복수가 시작될 것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비리 종합 특검과 채상병 사망사건 진상조사에 대한 특검안을 발의할 것이다. 김건희 종합 특검은 김건희 일가를 겨냥하고 있고, 채상병 사망 특검은 윤석열을 타켓으로 하고 있다.

이 두 개의 특검안이 발의되면 대통령 윤석열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는 거물망에 갇힌 악어처럼 강하게 몸부림치며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이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9석이 부족하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거물망에 갇힌 윤석열이 가위를 든 한동훈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이때 한동훈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이제 가위를 든 한동훈은 거물망에 갇힌 윤석열의 수하가 아니다. 그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보수 대표 정치인이다. 그는 이전처럼 무작정 윤석열 편을 들기 보다 민심을 저울질하며 냉철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즉, 이재명이 원하는대로 김건희와 윤석열에 대한 특검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한동훈의 묵인 내지 동조가 필요하다.

건데, 조국은 한동훈의 자녀비리 특검을 조국혁신당의 1호 법안으로 내겠단다. 이재명의 김건희 윤석열 제거 내지 무력화는 그의 개인적 복수를 넘어 국민이 원하는 바이지만, 한동훈 제거는 단순히 조국 가족의 복수극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절대 다수 국민이 원하는 바도 아니고, 시류에도 맞지 않다. 한동훈의 딸 입시비리 특검안이 조기 제출되면, 윤석열은 한동훈의 편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이후 김건희 윤석열 특검안이 제출되면, 한동훈은 윤석열의 편을 들어 특검 무력화에 동조할 것이다.

따라서 조국은 멸문지화 당한 가족의 복수극을 서두르고 싶겠지만 대의를 위해 인내해야 한다. 국민 염원인 김건희 윤석열 제거를 위해서는 여야를 떠나 일정기간 한동훈을 같은 길을 가야할 정치인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당부하건데, 이제 정치판에 나선 조국은 가위를 든 원숭이가 포획된 악어의 그물망을 짤라주는 일이 없도록 슬기롭게 대처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대권주자로 우뚝 서려면 가족보다 민심을 먼저 생각하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참고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대승으로 이끈 이재명은 국민의힘을 구하기 위해 나선 한동훈이 전국 각지를 돌며 '정치를 개같이 하는 범죄자'라며 욕을 퍼부어대도 단 한 번도 이에 대응을 하지 않고, 일관되게 윤석열을 타켓으로 하고 있었다.

추신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퇴를 해버렸습니다. 민심에 역행해 김건희 윤석열 특검을 방어하기도 버겁고, 조국혁신당의 특검 소나기 공세도 일단 피하자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또한 총선 패배의 책임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있음에도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향후 정치 행보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의 길은 계속 가겠다고 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해 6월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종 집계결과 야권은 1석이 늘어난 192석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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