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김건희와 韓의 역할

박태환 승인 2024.07.19 12:16 | 최종 수정 2024.07.24 10:51 의견 0
미국 순방시 영접나온 하와이 주지사와 대화하는 김건희 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상대에 따라서 눈빛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美 바이든이나 日 기시다를 만날 때는 아주 온화하다. 시종 비굴함을 담은 겸연쩍은 미소를 띤다. 반대로 대통령실 참모회의를 할 때나 국무회의를 할 때는, 표정이 얼음장 같다. 살벌하기 그지없다. 건데, 자세히 보면 부인 김건희 씨와 함께 할 때도 항상 온화한 눈빛으로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사랑해서라기 보다 마치 어려운 상전을 대하는 듯한 눈빛이다.

김건희 씨는 국민의힘 대표 선출선거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주고 받은 사적인 문자를 공개해 난리가 나게끔 유도했다. 자신은 총선을 앞두고 디올백 받은 것을 사과하려고 했는데, "한동훈이 '읽씹'을 했다"는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친윤 원희룡 후보는 "고의적으로 패배를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계략은 성공하지 못했고, 한 후보는 여전히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논란이 일자, 한동훈 후보는 '당무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즉각 "우리는 당 대표 선거에 일절 관여를 하지 않는다.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따라서 김건희 씨는 대통령실의 의도와 상관없이 당 대표 선거에 개입을 하는 정치적인 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실은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격 태도이다.

디올백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의소리가 김건희 씨가 사적으로 디올백을 받은 사실을 폭로하자, 대통령실은 '대통령 기록물'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대통령 당선 축하품으로 받은 것이니 국가에 귀속시키면 되고, 김건희 씨의 행위에는 잘못이 없다는 주장이다. 건데, 김건희 씨는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올백을 돌려주라고 행정관에게 지시를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애꿏은 행정관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통령실을 또 묵사발로 만든 것이다.

놀라운 건 이런 김건희 씨의 국정 문란 행위에 대해서 정부 여당 내 누구도 탓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 만약 누구라도 김건희 씨의 월권 행위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면 격노를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김건희 씨는 요사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노골적으로 'VIP' 행세를 한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과연 정부 여당 내에는 김건희 씨의 월권 행위에 대해 제어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걸까. 윤 대통령의 격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 바로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한동훈 후보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건희 씨의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발언을 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20년 지기인 윤 대통령과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이다.

한 후보는 최근 당 대표로 당선이 되면 김건희 씨와 사적인 대화는 금하겠다고 말했다. 문자가 와도 또 '읽씹'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또한 대통령실에 제2 부속실을 만들어 김건희 씨의 월권 행위를 통제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윤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채상병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특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피할 수 없을 바에 막무가내 비열한 회피보다 정당한 방안으로 야당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고심어린 선택이다.

이게 오는 7월 23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한동훈 후보가 압도적인 차이로 선두를 유지하는 주된 이유라고 판단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물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 세력에게도 김건희 씨의 'VIP' 행세는 진절머리가 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윤석열 정부가 '김건희' 때문에 조기 종말을 고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막아줄 '한동훈'을 지지하고 있다.

굳이 덧붙이자면,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을 누설한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의 외면을 자초할만한 전략적 실책이다. 자신도 순간적으로 발언을 해놓고 '아차!' 했다고 한다. 법무부장관 시절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치던 태도가 엉겁결에 돌출한 것이다. 보다 큰 바다로 항해하기 위해선, 이재명 대표 등 야당의 주요 인사를 대하는 태도에 검사 내음을 지워야 하고, 비판에도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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