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이재명 비판을 보고

박태환 승인 2024.11.18 09:12 | 최종 수정 2024.11.19 17:17 의견 0

/진중권 페이스북


진중권은 공부도 많이 했고 똑똑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대표 정치 논객으로 매사 핵심을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어설픈 논리로 대들다가는 박살이 난다. 변희재 정도가 맞수다.

진중권이 어제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명을 깠다. 이재명이 장외 집회에서 정치 탄압을 거론하며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아 "죽는 것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칸트의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하라'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쉽게 말해, 주변 사람들을 이용만 하지 말고 인격적으로 대하라는 뜻일 게다.

보이는 대로만 보면 정확한 지적일 수 있다. 이재명 때문에 주변 사람들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까지 버렸건만, 그는 진정으로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대장동 의혹 관련 김문기 씨 같은 경우는, 이재명이 '모른다'고 말해 검찰에 기소되어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시장님과 골프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아버지의 영상을 들고와 섭섭함을 토로한 김문기 씨 아들의 법정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됐단다.

진중권은 고인이 된 5명 중 성남 FC 의혹으로 사망한 전형수 씨가 유서에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라고 적은 것을 거론하며 "이재명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전 씨가 유서에 '정치를 그만하라'고 한 것은, 이재명이 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야망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고초를 겪으니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이들 5명은 이재명 보호를 위해 사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재명의 죄를 덮기 위해서 라기보다,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에 이용 당할 수 없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상식적으로 대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윤석열은 "내 장모는 단돈 10원도 남에게 피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거나, "저희 아내는 도이치모터스에 투자를 해서 손실만 잔뜩 입었다"고 발언한 것과, 이재명의 "김문기를 모른다"고 한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한 허위사실 유포인가. 검찰은 이재명만 기소를 했다.

진중권은 이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이재명을 비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재명의 성품이 차가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고인에 대한 애도를 소흘했다기 보다, 검찰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

이재명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김문기 씨를 '모른다'고 말한 자신을 자책하며, 사죄의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자신 때문에 고초를 겪는 고인들에게 변호사비를 대주지 않은 것은, 그까짓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불을 켜고 티끌을 찾는 검찰 때문이리라. 김문기 씨 아들은 이런 저간의 사정을 헤아렸을까.

진중권이 서울대에서 미학 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유학을 가서 끝내 박사 학위를 따지 못한 것은, 학습 능력이 아닌 성품 때문일 수도 있다. 그의 인성으로 철학을 논할 수는 있지만 가르치기에는 부족하다.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는데, 나에게는 진중권이 그런 사람이다. 사람을 목적으로 대우하라고 한 칸트가 이재명을 비판하는 그대를 보고 웃는다. 그 옆에서 소크라테스는 더 크게 웃는다.

/진중권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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