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성테크 권한조 부사장과 이주노동자가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울산 북구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북구비정규직센터)는 7월 22일 매곡산업단지 내 ㈜금화테크에서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릴레이 캠페인’을 시작했고 다음 날인 23일에는 (주)하남중공업에서, 8월 19일에는 (주)대성테크에서 진행했다. 26일에는 덕일기업, 28일에는 대영테크에서 릴레이를 이어간다.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이름 대신 “야! 어이! 임마! 미얀마(국가명으로)”로 불렸던 이주노동자를 존중하자는 취지다.
울산에는 2만8천여명의 이주민이 거주한다. 이들은 자동차·조선·건설과 플랜트 현장, 농어촌에서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1984년 산업연수생 제도가 시행되고(2006년까지 시행)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이름 대신 국적이나 외모로 불렸다. 이런 문화는 41년을 이어오며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이처럼 이주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일상적인 차별과 사회적 배제는 공동체 일원이 아닌 영원한 이방인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사회적 낙인이 되는 것이다.
‘Your Name, My Respect(당신의 이름, 나의 존중)’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은 이주노동자를 국적이나 외모가 아닌 이름을 가진 동료로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이름을 부르는 일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신뢰와 소통의 시작이며 산업현장 안전문화와 중대재해 예방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업장에는 식염 포도당과 쿨타올 등 폭염 대응 물품을 전달한다. 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울산지부)가 후원하고, 울산이주민센터, 울산근로자건강센터, 일반산단·농공단지협의회와 협력하고 있다.
캠페인에 함께 했던 이주노동자 디하수 씨는 “(일하는 현장에서) '저기요' 이렇게 불리면 싫었다”며 “이름을 불러주니까 좋은 친구, 좋은 동료처럼 느껴져서 좋았다”고 전했다. 디하수 씨가 일하는 금화테크 전준봉 대표이사는 이번 캠페인에 동참한 이유로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욕설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름을 불러줘서 직원들이 존재감을 느끼고 이름을 같이 부르다 보면 서로 동료애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캠페인을 이어가는 (주)하남중공업, (주)대성테크, 덕일기업, 대영테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정은 안전보건실장(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은 “존중은 이름을 부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 출발하게 됐다”며 “차별 없는 안전한 일터, 나아가 지역 사회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사는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8일 “이주노동자는 단순 노동력이 아닌 지역 사회 소중한 이웃”이라며 “고용허가제 도입 21년을 맞아 노동부와 법무부로 나뉜 이주 노동·이민 정책 통합을 검토하는 한편 이주노동자 조끼에 한국어와 모국어가 함께 적힌 명찰 부착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