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犬’소리를 듣고 쫓겨난 김홍걸 의원

박태환 승인 2020.09.19 13:12 | 최종 수정 2020.09.20 03:20 의견 0
 

김대중 전 대통령은 슬하에 세 아들을 두었다. 1925년생인 김 전 대통령은 20살 때인 45년에 차용애씨와 결혼해 슬하에 홍일·홍업 형제를 두었다. 59년에 부인과 사별한 후 62년에 이희호 여사와 결혼해 홍걸을 낳았다. 장남 홍일은 파킨슨병을 앓다가 지난해에 72세를 일기로 사망했고, 홍업(70세) · 홍걸(57세) 두 형제만 남아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09년 향년 85세의 나이로 사망했고, 이 여사는 10년을 더 살다 지난해 8월 96세의 나이에 숙환으로 사망했다. 이 여사는 사망하기 2년 전인 2017년 2월 1일 세 아들과 변호사 입회하에 유언장을 작성했다. 이날 장남 홍일은 지병으로 인해 아내 윤혜라씨가 대신 참석했다.

유언장의 주요 골자는 상금 8억원을 김대중기념사업회에 전액 기부하고, 유증받은 부동산은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기로 적혀 있다. 별도의 조항으로, 만약 지자체나 후원자가 사저를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보상금 3분의 1은 김대중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를 3형제가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김홍걸 의원은 어머니 이희호 여사의 유언에 따르지 않았다. 이 여사가 생전에 보유하고 있던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을 전액 인출하고, 동교동 사저도 소유권을 자신 앞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유언장에 대한 공증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김홍일 · 홍업과  김 의원은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였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복형 김홍업은 올 1월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고, 지난 9월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그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실수로 유언장 공증을 하지 않아 법적 효력은 없지만, 유언 자체를 민법상 '사인증여' 계약의 의사표시를 봐야 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가처분 이의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다시 기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은 어머니 유언을 따르지 않고 전 재산을 자기 소유로 하려다가 망신만 자초한 꼴이다.

 

어제 김홍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전격 제명됐다. 김 의원이 제명된 된 사유는 크게 네 가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첫 째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 외에 10억원가량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초 김 의원은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사저와 강남 아파트 2채 등 주택 3채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분양권을 감춰놓았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두 번 째는 김 의원은 재산신고 당시 다주택자라는 비판을 듣게 되자, 실거주용 아파트 1채를 제외한 나머지 1채를 지난 4월 이미 매물로 내놨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를 파는 대신 20대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여 시점은 취득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안을 담고 있는 7·10 부동산 대책 발표 나흘 뒤여서 취득세 절감까지 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 번 째는, 김 의원은 지난 8월 보유한 강남 아파트의 새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전세금을 4억원이나 올렸다. 이전 세입자와는 6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새 세입자와는 10억 5000만원에 계약을 맺은 것이다. 전세값 인상 8일 뒤, 김 의원은 '보증금·월세 인상 제한법'을 발의했다. 본인은 전세값을 올려 이득을 본 뒤에야 제한하는 법을 낸 것이다.

끝으로, 김 의원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남북경협테마주인 현대로템 주식을 1억원 넘게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철도차량 제작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경협사업과 맞물려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은 종목이다. 정부의 대북사업 예산을 심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이 현대로템 주식을 8718주를 보유한 것이 문제가 됐다. 가액 신고액만 1억3730만8000원에 이른다.

 

김홍걸 의원이 당에서 제명된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김한정 의원이 김 의원을 향해 “결단을 내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김한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02년 김대중 대통령 임기말 최규선 게이트가 터졌을 때, 김 대통령이 L.A.에 머무르고 있는 3남 홍걸씨를 만나보고 오라고 명하셨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주변 호텔방에서 만났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홍걸씨는 입을 열었다. ‘수차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의원은 부친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기간 동안 여러 기업체로부터 총 36억 9천 400만원을 수수한 것이 드러났다. 또 최규선 등으로부터 대가성을 목적으로 15억 4천 400만원을 수취한 것이 드러나 결국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금 정의당은 김홍걸 의원을 ‘호부견자’(虎父犬子)라고 비판한다. 아버지는 호랑이인데 그 자식은 개라는 뜻이니,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다. 김 의원은 18년전 구속 수감 당시 “저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스스로를 벌레요, 훼방거리요, 조롱거리라 자인하고 반성하고도 여전히 물질을 탐하다 '犬' 소리마저 듣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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