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군은 평형 수영을 할줄 알았을까?

박태환 승인 2021.05.20 06:11 | 최종 수정 2021.05.23 02:48 의견 1

경찰이 천신만고 끝에 손정민 군 사망사건의 실마리를 풀 결정적인 증인들을 찾아냈다.

손정민 군과 친구 이모 군이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날은 4월25일 새벽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경까지 공원을 출입한 차량 133대에 대한 조사를 했으나 증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시간을 오전 5시까지 확대해서 154대까지 조사를 한 결과, 승합차량에 탑승했던 낚시꾼 7명을 찾아낸 것이다.

이들은 손정민 군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천천히 강으로 향하더니 물이 가슴께까지 차올라오자 평형으로 헤엄을 쳐서 강 한 가운데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 모습이 자연스러워 위험하다고 생각지 않았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잠수부까지 동원해 현장 재연을 해본 결과,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를 했다. 또 손정민 군 아버지를 경찰서로 불러 상황 설명을 했다. 건데 경찰서를 나선 손 군 아버지의 반응이 의외였다.

“목격자의 존재도 황당하지만 새벽에 옷 입고 수영이라니 대답할 가치가 없었다. 안 믿고 싶지만 벌어지는 정황들이 또 저를 불안하게 만든다.”

의미를 해석하자면, 조작된 증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온 형사 인력을 동원해 결정적인 증인을 찾아낸 서초서 입장에서는 허탈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발언이다. 경찰은 손 군이 신고 있었던 양말의 흙과 현장 토양 일치 여부를 국과수에 의뢰하기로 했다. 또 토끼굴 인근의 CCTV를 정밀 조사해 헤엄을 쳐서 강 한복판으로 향한 인물이 손 군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 7명의 낚시꾼들의 진술을 토대로 시간대별 상황을 재구성해 보았다.

이날 새벽 4시27분경 손정민 군과 함께 술을 마신 친구 이 군은 배낭을 맨 채 강가 경사로에 잠들어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이 보고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이 군을 깨워서 일으켜 세웠다. 이 군이 새벽 4시33분께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토끼굴의 CCTV에 잡혔다. 이 군은 택시를 타고 새벽 4시 50분께 집에 도착했다.

만약 낚시꾼들이 본 인물이 손정민 군이 맞다면, 친구 이 군이 혼자 토끼굴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각에 손 군은 생존해 있었다. 낚시꾼들이 강 한가운데로 헤엄을 치는 남자를 발견한 시각이 새벽 4시 40분경이었기 때문이다.

의문점은 없지가 않다. 친구 이 군이 잠든 장소와 손정민 군이 바다로 헤엄쳐간 지점 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는데, 이 군을 깨운 행인은 왜 강가에 서 있었을 손 군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손 군은 보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손 군의 사망사건이 국민적 관심사가 된 현 시점의 판단일 수 있다. 지나가는 행인이 강가에 서 있는 손 군을 반드시 유심히 봐야 할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낚시꾼들이 능숙하게 강 한가운데로 헤엄을 쳐가는 손 군을 보며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해 112에 신고할 이유는 없다.

그럼 강 한가운데로 헤엄을 쳐간 인물이 손정민 군이 맞다면, 손 군은 왜 그리 무모한 짓을 했을까.

예전에 다니던 회사 동료 중에 술만 취하면 거리가 얼마가 되던 걸어서 집으로 가는 친구가 있었다. 문제는 골목길이 아닌 도로에서도 건널목 신호는 무시하고 무작정 계속 걸어간다는 것이다. 결국 그 친구는 그날도 무단횡단을 하다 과속으로 달려오던 택시에 치여 숨지고 말았다.

손정민 군의 아버지는 아들 손 군이 술이 취해 연락 두절된 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인터뷰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따라서 아마 손 군은 술을 마시면 뻗을 때까지 마시는 주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손 군은 세 번이나 편의점을 들락거리며 혼자서 무려 5~6병 정도의 소주를 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는 7명의 낚시꾼 증인이 나타나기 이전에 쓴 글에서, 잠에서 깬 손정민 군이 볼일을 보러 강둑으로 갔다가 실족을 해서 강물에 빠진 후, 강 건너편의 불빛이 뭍으로 생각하고 혜엄을 쳐서 가다 기력이 다해 사망을 했을 거라고 추정을 한 바 있다.

그걸 오늘은 이렇게 수정을 한다. 잠에서 깬 손정민 군은 취기로 온몸에 열기를 느끼며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다. 그래서 문득 차가운 강물에서 수영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강으로 향한 손 군은 물이 가슴께까지 차오르자 능숙하게 평형으로 수영을 시작한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냐고 비웃으실 분들이 있겠으나, 당시 손 군의 판단을 이성적으로 보면 안된다. 술만 취하면 무작정 무단횡단을 하는 객기를 부리다 사망한 그 친구처럼.

손정민 군의 아버지는 아들 손 군이 물을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사소한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의문을 표하는 손 군 아버지는 낚시꾼들이 “손 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평형으로 헤엄을 쳐서 강 한 가운데로 향했다”는 증언에 “우리 아들은 수영을 할줄 모른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손 군 아버지께 묻는다. "혹시 손 군에게 수영을 가르치신 적이 있습니까?" 가슴께로 두 손을 모아 시작하는 평형 수영은 배우지 않은 이상 아무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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