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승인
2022.08.20 18:57 | 최종 수정 2022.08.21 11:33
의견
0
나도 가방끈이 짧고 아는 게 적어서 이런 소릴 하기가 민망하다만, 김여정 이 여자 글을 참 경박하게 쓴다. 내가 이번 김여정 담화문에서 특히 분노했던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거론한 부분이다.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
김여정의 오빠 김정은은 김정일의 서자출신으로 권좌를 지키기 위해 본처 소생의 김정남을 살해했다. 김정남을 키워주고 총애한 고모부 장성택까지 불경죄를 저질렀다는 등의 죄목을 씌워 목숨을 빼앗았다. 들리는 말로는 기관총을 난사해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한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었다. 장성택과도 오랜 기간 공사적으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진핑은 김정은이 둘을 가차 없이 처단하니 권좌에 오른 뒤에도 만나주지 않고 있었다. 옛날 조선 시대로 치자면, 중국 황제가 속국 조선 왕을 인정하는 고명을 내리지 않은 셈이다.
이런 김정은을 국제무대로 불러낸 이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칭하며 평양 폭격 여부를 고심하던 찰나에,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었고, 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했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동맹국 북한의 김정은이 전적으로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지하는 것을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 서운한 감정을 품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꼬임에 빠져 친 서방으로 돌아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푸틴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시진핑과 푸틴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서둘러 김정은을 만나 다독여야 했다. 지각대장 푸틴은 먼저 와서 30분 동안 기다리기까지 했다.
미국 트럼프도 군대를 주둔 중인 입장에서 남북이 지나치게 가까이 지내는 것을 경계해야 했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의 주선으로 기꺼이 김정은을 만나주었다. 한반도 주변 4대강국 중 홀로 외톨이가 된 일본 아베도 애가 타서 “아무 조건 없이 만나자”며 연신 김정은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했다.
김여정은 은공도 모르고 이제 와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전자를 자처했다”고 주장하고 비난한다. 배은망덕도 이런 배은망덕이 없다. 김여정은 2년 전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얼마나 개성공단을 재가동 시키고 백두산관광을 재개하려고 노력했는지 우리 국민들은 알고 있다. 미국정부가 반대하고 남한 보수 세력이 반대하니 결국 성사 시키지 못한 것인데 서운함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외교적으로 우리 남한을 대표하는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김여정은 실로 입에 담기 민망한 악의적인 필설로 윤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방했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 내뱉었다.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아무개밖에 없었는가?’
김여정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오빠 김정은이 시킨 짓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방하는 담화를 발표한 것도 김정은의 심보를 대리 표출한 짓이다.
김정은은 남한의 윤석열 정부를 비방할 자격이 없다. 지구상 유일무이 독재 세습국가를 영위하며 인민들을 착취해 호위호식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남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건 자유이지만, 북한 인민이 김정은을 비판하면 잔혹한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런 체재를 인정해야 할까. 김여정의 경박한 표현대로 하자면, 대남담화문이니 어쩌니 하며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말고 주제를 알고 그저 닥치기를 바랄뿐이다.
저작권자 ⓒ 시사인 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