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김기현 의원을 선택한 이유

박태환 승인 2023.01.29 22:12 | 최종 수정 2023.02.02 08:52 의견 0


김기현 의원이 달동 삼성아파트 사거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김 의원이 환하게 웃으며 지나가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나는 손을 맞잡는 대신 무뚝뚝하게 "KTX역 인근에 땅이 많다면서요?"라고 말했다. 순간 김 의원이 눈을 연신 끔벅이며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나는 돌아서서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았다. 김 의원은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걸어가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김 의원은 다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언젠가 지역 건설업자 한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시정에 대해 이것저것 아는 것이 많기에 물어보았다. "김기현 의원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분은 잠시 생각하더니 "똑똑한데, 건설 전문 변호사입니다"라고 말했다. 당시는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구 변호사 방화 사망사건이 일어나고서야 알았다. "돈을 밝힌다"는 소리였다. 대구 변호사 방화 사망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건설 전문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던 시절, 참여연대가 상가 등을 보유한 임대인 국회의원을 상대로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김 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남구 달동과 삼산동, 동구 일산동에 본인 명의의 상가를 소유하고 있다. 또 남구 달동에 배우자 소유의 상가 1곳 등 총 4곳에 약 100억원 상당의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들 지역 중심상권 상가뿐만 아니라 KTX 울산역과 2km 정도 떨어진 곳에 3만 5천여 평이나 되는 대단위 임야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은 1998년에 해당 토지를 평당 1천원 가격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인근에 KTX역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던 때였다. 최근에는 울주군 삼동면 역세권 연결도로가 김 의원 보유 임야로 노선이 변경되어 땅값이 치솟는 등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또 2014년 지방선거 직전 김 의원의 동생이 지역 건설업자에게 아파트 사업권을 주는 대가로 30억 원을 받기로 하는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김 의원이 오는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에 출마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12월에는 10%가 채 되지 않는 하위권으로 저조했으나 불과 한달새 30% 중반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중으로 출마를 포기한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맺는 등 '윤심'을 등에 업은 결과로 분석된다. 그럼 윤 대통령은 왜 난립한 여러 후보 중 김 의원을 선택했을까.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김 의원의 성품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1.얍삽한 처신으로 정치도의와는 거리가 멀다. 2.언어가 너무 식상한 표현들 뿐이고 품위도 없다. 3.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열함을 서슴지 않는다. 황 의원은 윤 대통령이 민심 1위도 내치고, 당심 1위도 내치면서까지 김 의원을 고집하는 이유는 내년 총선 공천에서 말 잘 들으며 꼬리를 잘 흔들어대는 푸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김 의원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차기 총선 공천권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심산이란 것이다.

이에 대한 김 의원의 반응이 놀라웠다. 평소 비판 여론에 민감한 김 의원은 '푸들'이라는 자신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황 의원이 언급한 '졸지에 대통령이 됐다'는 한 문장을 문제삼아 "윤 대통령님과 김 여사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씨는 그의 충성심에 탄복하며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흐뭇해 했을 법하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했으나 집권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졸렬한 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다. 우리는 지금 수 차례나 당무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윤 대통령의 경선 개입을 적나라하게 관전하고 있다. 민심에서 1위를 달리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민심 30%-당심 70%를, 당심 100%로 전대 규칙을 바꾸었다. 당심에서 1위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은 윤핵관 등의 집단린치를 받아 도전을 포기해야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 의원을 당 대표로 심고 말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읽힌다.

옛날 조선시대 청빈한 선비들은 폭군 아래서는 벼슬을 피하고 귀향을 자청했다. 지금 역시 ‘공정과 상식’을 내팽개치고 ‘불공정과 비상식’을 일삼는 윤석열 정부가 내리는 벼슬이나 훈장을 거부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당 대표에 출마한 후 떳떳치 못한 방법으로 경쟁자들을 내치고 ‘푸들’이란 모욕적인 언사에도 아랑곳없이 ‘윤심’을 내세우며 뛰고 있다. 김 의원이 온갖 손가락질을 마다 않고 쟁취한 부와 명예를 부러워하기는커녕 경멸할 시민들이 많을 듯하다.

저작권자 ⓒ 시사인 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