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시장의 '김기현을 위한' 기자회견

박태환 승인 2023.03.02 20:14 | 최종 수정 2023.03.06 00:15 의견 0
김기현 의원의 부동산 투기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김두겸 시장

김두겸 시장이 2일 난데없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KTX울산역 인근 부동산 투기 논란과 관련해 울산시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기사 제목을 '김 후보와는 무관하다'고 뽑아야 할 정도로 김 후보의 결백 일색이었다. 또한 최근 김 후보의 땅 투기 논란과 관련한 핵심 논쟁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도 했다.

우선, 김 후보가 경사가 급해 아무 쓸모가 없는 첩첩산중의 맹지를 거액을 들여 수 만 평이나 왜 매입을 했는가 하는 의문이다. 불과 39세 나이에 "노후를 대비해 사둔 땅"이라는 해명은 믿기 힘들다. 그보단 당시 KTX울산역이 인근에 들어선다는 소문이 나돌 때여서 이와 관련성 여부이다. 당시는 김 후보가 울산시 고문변호사를 역임할 때라서 내부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시기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는 김 후보는 땅을 매입한 경위에 대해 "교우 김모 씨가 IMF로 투자한 여러 사업이 곤경에 처해서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도와주기 위해 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김 씨는 이 땅을 매입한지 11일 만에 김 후보에게 되판 것으로 드러났다. 부도 위기에 몰린 사람이 첩첩산중의 맹지는 왜 샀을까 하는 의문 등이 뒤따른다.

게다가 김 씨가 땅을 사서 김 후보에게 곧바로 되판 경우는 또 있었다. 김 후보는 남구 삼산동 일대 대지 346.00㎡도 김 씨로부터 15억여 원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혹자는 두 사람 간에 '거래'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김 후보는 울산시장 재직 시절 김 씨를 울주군 상북지구 도시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했는데, 일각에서는 "환지방식으로 추진됐기에 개발부지 상당량이 조합장인 김 씨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권을 지원한 의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김 씨는 상북지구 일대에 6필지 6280㎡(1903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매입 시기는 시행자 지정 직전인 2015년 2월~6월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씨가 도시개발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땅을 대거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김 시장이 현직 시장으로서 김 후보의 의혹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자청했으면 두둔성 발언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설명하는 자리여야 했다. 부동산을 매개로 김 후보와 김 씨가 수십년 간 유착 관계를 계속 유지한 게 아니냐는 의혹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했다.

물론 위 거론한 내용들이 현직 시장과는 무관하거나 답변하기 곤란한 내용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선거를 앞두고 엄정중립을 지켜야할 공직자로서 김 후보를 일방 두둔하는 기자회견은 적절치 못한 체세라고 보아진다. 지금 김 후보의 재산 축적 과정 전반에 대한 특검까지 거론되고 있다.

※상북지구 도시개발사업: 울주군 상북면 일대 15만7030.8㎡(4만7000평) 구역에 계획인구 2000여명, 세대 1000여세대를 위한 주거용지 및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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