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출근길 버스 안은 만원이었다. 흔들리는 손잡이를 잡고 창밖을 쳐다보는데, 앞에 앉은 20대 여성이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하고 있었다. 교사인지 공무원인지 알 수 없으나 그녀는 놀랍게도 시사인투데이를 보고 있었다.
메인 페이지에 접속해 한 1분 정도 빠르게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전체기사를 클릭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빛의 속도로 아래로 드래그를 하다가 관심이 있는 표지사진이 보이면 화면을 멈추고 클릭을 했다. 기사를 본다기 보다 첨부 사진의 설명만 대충 읽고는 다시 아래로 빠르게 드래그를 하곤 했다.
매일 아침 8시가 되면 어김없이 시청 보도자료가 들어온다. 관련 사진은 한 장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오늘은 의용소방대연합회 신임 여성회장 위촉식이 열린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신임 회장 인물사진도 첨부하지 않았다. 또 메인기사로 오전 10시에는 ‘겨울철 자연재난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가 개최된다고 했는데, 저녁까지 관련 사진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니 시청 기사는 대부분 청사 사진을 표지 이미지로 사용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사는 관련자 외 아무도 읽지 않는다. <많이 읽은 기사>를 보면 시청 기사가 보기 드물다. 전체기사에서 <핫 뉴스>는 최근 한 달간 많이 읽은 기사가 자동으로 등록되는데, 현재 시청 기사는 딱 하나뿐이다. "중국 유명 블로거, 울산 매력 알린다"는 기사인데, 역시 기사만 보내왔길래 구글에서 '웨이보'를 검색해 이미지를 표지 사진으로 사용을 했다.
일례로 김두겸 시장이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간 부유식 해상풍력 조성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독일 등 유럽으로 외유를 떠났는데, 10일간 관련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김 시장이 해상풍력에는 관심이 없는줄 알았는데, 벤치마킹이라니 의아해서 관련 사진을 기다렸으나, 외유 기간 중 기사는 두어 번 보내왔으나 현지 활동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실제 해상풍력 벤치마킹 일정을 소화하긴 한 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후로도 시청 보도자료에는 해상풍력 추진 관련 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울산시에도 사진 담당이 있긴 하다. 시는 보통 하루에 7~8개의 보도자료를 보내오는데, 나중에 사진은 한 두 장만 보내온다. 이것도 그날 보도자료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단순히 시장 동정 사진일 경우가 있다. 카메라도 교체해야 한다. 설마 테크닉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날씨에 따라 조리개의 세심한 조절이 필요한 야외 행사 사진의 경우 해상도가 떨어진다.
참고로 교육청은 기사 하나에 보통 두 세 장의 사진을 보내온다. 좀 중요하다 싶은 기사는 서너 장을 보내오기도 한다. 그중에서 골라 두 장 정도를 기사에 첨부하면 클릭수가 올라간다. 현재 <많이 읽은 기사>나 <핫 뉴스>에는 시청 기사가 드물고 교육청 기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으로 파악된다.
중구청은 예나 지금이나 업무 처리가 스마트한데, 오전에 보도자료를 보낸 후 오후 무렵에 전체 보도자료의 사진을 일괄적으로 보내오고 깨알같이 사진 설명을 첨부한다. 울주군의 경우는 반드시 보도가 되어야 하는 기사에는 '(꼭)--'이라고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서 사진 설명에 첨부를 한다.
남구는 타 구·군에서 사진 설명만 보내오는 작은 행사도 꼭 기사화 한다. 그래서 하루에 10 여 개의 기사를 보내온다. 오전에 기사를 보낸 후 오후에는 일일이 사진 설명까지 적어서 보내온다. 이걸 한 사람이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청이나 5개 구·군은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울산시는 하루 7~8개의 기사를 3명이 번갈아 보내온다. 한 사람당 3일에 한 번씩 기사를 보내오는 셈이다. 그것도 사진도 없이. 기사는 각 부서에서 작성하고 홍보실은 교정 정도만 본 후 발송을 한다.
신기한 것은, 울산시 홍보실의 태만한 업무 태도에 어느 언론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 홍보실에는 장기 근속자가 더러 있는데, 이들이 울산시 행정을 인맥 등으로 케어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 홍보실이 본연의 홍보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케어에만 열중한다면 시민이 원하는 시정을 펼칠 수 있을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지금 울산시 홍보실은 인적 쇄신 등 업무 전반에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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