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의 디올 백 수수 의혹을 보며

박태환 승인 2023.12.03 01:34 | 최종 수정 2023.12.03 22:20 의견 0

11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영국 국빈방문 및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서울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김건희 씨의 표정이 침통해 보인다. /대통령실 제공


유튜버 채널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영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김건희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를 만났다. 이때는 윤 대통령 부부가 한남동 관저로 이사하기 전으로,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하던 시기다. 최 목사는 김건희 씨와 만난 자리에서 300만원 상당의 크리스챤 디올 백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건넸고, 김건희 씨는 "이걸 자꾸 왜 사 오세요? 정말 하지 마세요. 이제"라면서도 거절하지 않고 받았다.

최 목사는 고가 손가방을 선물하기 석 달 전인 지난해 6월에도 180만원 상당의 고가 샤넬 향수와 화장품 세트를 선물했다고 한다. 최 목사가 선물 사진을 김건희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고 티타임을 제안하면, 약속 시간이 잡혔다는 것이다. 당시 최 목사는 김건희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10회 정도의 면담 신청을 했는데, 선물 사진을 미리 보여주지 않거나 저렴한 선물을 준비한 사진을 보내면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디올 백과 샤넬 향수를 준비했을 때만 답장이 왔고 만남이 성사되었다는 것이다.

김건희 씨는 이 영상의 존재를 언제 알게 되었을까. 윤 대통령 부부가 영국을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달 22일이다. 이 사건을 취재한 장인수 전 MBC기자가 김건희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취재 사실을 알리고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 것이다. 장 기자는 검건희 씨 외 수행 중이던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 최지현 부대변인 등에게도 같은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전달했다. 장 기자가 카톡 메시지를 보내고 20여분 뒤 김건희 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은 숫자가 사라지는 '읽음' 표시로 바뀌었다고 한다.

영국 언론들은 이날 수낵 총리의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 여사가 김건희 씨를 영접해 관저를 안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단다. 그런데 윤 대통령 혼자 왔다. 영국 측에서는 수낵 총리와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 여사가 혼자 온 윤 대통령을 함께 영접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11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리시 수낵 총리 관저 앞에서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김건희 씨가 동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제공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장 기자의 질의서를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이 격노를 해서 김건희 씨를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수상 관저를 방문한 것으로 추정했다. 내 판단으론 아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는 평범한 부부 사이가 아니다. 질의서를 읽은 후 김건희 씨가 결례고 뭐고 간에 안 간다고 생떼를 쓰니 하는 수 없이 윤 대통령 혼자 갔을 것이다. 김건희 씨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6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윤 대통령은 귀국한지 9시간 만에 김규원 국정원장과 국정원 1, 2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 수뇌부를 동시에 날려 버린 것이다. 정보국 수뇌부 동시 경질은 사상 초유의 일이고 전례 없는 일이란다.

언론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불거진 국정원 내부 '인사 잡음'이 국정원 수뇌부 쇄신 배경으로 보도했다. 일부 보수 언론은 "끝까지 참다 그래도 안되면 인사 조치하는 스타일"이라며 윤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내 판단으론 인사 문제 때문이 아니다. 인사 잡음은 김규현 원장과 해외 파트를 총괄하는 권춘택 1차장간 알력에서 비롯됐는데, 대북 담당인 김수연 2차장까지 교체된 것이다.

따라서 김건희 씨의 디올 백 수수 의혹과 연관시켜 볼 수 있다. 대통령실 보안검색을 뚫고 김건희 씨에게 접근해 디올 백을 전달하고, 이를 손목시계 '몰카'로 촬영한 이는 최재영 목사다. 최 목사는 미국 시민권자로 북한을 수 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출판한 경력이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일도 있다. 이런 인물이 별다른 통제 없이 김건희 씨와 접촉하고 디올 백을 전달하는 장면까지 몰카로 촬영한 것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분노 표출로 볼 수 있다. 누구보다 최 목사에게 뇌물을 받은 와이프를 탓해야 당연해 보이는데, 최 목사의 접근을 막지 못한 국정원에 책임을 물은 셈이다.

6월 28일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한 윤 대통령 부부. 김건희 씨가 착용한 2천600만원 대의 미국 명품 브랜드 티파니앤코 브로치가 선명하게 보인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씨는 지금 우리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일구어온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어대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 탐관오리 마냥 뇌물을 받고 벼슬을 나눠주는 행실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최 목사와 면담 도중 인사 관련 통화를 한 데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자 선물 백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김건희 씨가 나토 정상회의 순방 중 착용한 수 천만원 대의 티파니앤코 브로치가 재산목록에 없어 논란이 되자 친구 엄마에게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뇌물 수수 의혹이 일고 있다.

일전에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장을 무단 이탈하는 객기를 부린 것도 '김건희 파워'를 맹신한 탓으로 보면 된다. 시민단체가 대통령 비서실 근무자 명단 정보공개 소송을 해서 법원의 승소를 받아냈으나, 대통령실이 국가 이익에 반한다며 사실상 공개 거부를 하는 것도 김건희 씨의 행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녀 학교폭력 문제로 물러난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은 김건희 씨의 언론대학원 동기였다. 평소 골프를 즐기고 펀드에 관심이 많은 해군 중장이 갑자기 대장으로 승진해 합참의장이 된 것도 뭔가 미심쩍다.

이렇듯 김건희 씨는 마치 자신이 정권을 잡은양 언행을 하며 인사에 개입하는 등 국정 농단을 계속하는 모습이다. 지난날 김건희 씨가 허위이력 기재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며,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울먹이던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일이다. 지금 이 나라는 요지경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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