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가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명품 디올 가방을 유모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되돌려주라고 지시를 하였는데, 유 행정관이 이를 깜빡 잊고 돌려주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소환 조사에 대비한 김건희 씨 변호인의 해명인데, 납득이 안되는 점이 여럿 있다.
최 목사는 카톡으로 김건희 씨에게 디올 가방 사진을 보여주고 난 후 면담 일자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평소 김건희 씨의 성품이 청렴결백하여 가져온 선물을 되돌려 줄 정도이면, 애초 카톡을 주고받을 때 가져오지 말라고 했어야 했다.
또, 최 목사는 김건희 씨에게 10 차례 정도 면담 신청을 하였는데, 카톡으로 고가의 선물을 보여줄 때만 면담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디올 가방 이전에 샤넬 향수와 고급 양주도 선물을 하였던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그건 왜 돌려주라고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까.
샤넬 향수는 틈만 나면 떠나는 외유시 향긋한 내음을 풍기며 애용 중이고, 고급 양주는 애주가 낭군께서 원샷을 하셨나. 디올 가방도 최 목사에게 받은 당일날 돌려주라고 지시를 했다면서 포장지는 뜯겨져 있단다.
김건희 씨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최 목사가 선물한 책은 분리수거함에 버리고 한남동 관저로 떠났는데, 이때도 디올 가방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걸 김건희 씨나 유 행정관이 몰랐다는 소리인가.
당초 "포장도 뜯지 않고 보관 중"이라는 해명은 "풀어보긴 했으나 다시 포장해놨다"로 바뀌었고, "당일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부분도 "기분 나쁘지 않게 추후에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말이 바뀌고 있다. 검찰이 디올 가방 확보에 나서자, 수사에 대비해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든다.
검찰은 디올 가방을 건네받으면 국과수에 의뢰해 DNA 감식 등 철저히 사용 여부를 확인하라. 디올 가방 확보를 위해 대통령실에다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다니 왜 이리 무기력한가. 김혜경 씨 수사 때는 초밥집과 세탁소까지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등 난리를 치지 않았나. 이게 이원석 총장이 말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수사인가.
김건희 씨의 변호인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에코백'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주고받은 카톡을 공개하는 등 해명을 했는데, 이 역시 석연치가 않다.
최 목사가 김건희 씨와 면담을 마치고 나올 때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밖 복도 의자에 3명이 앉아 있는 모습이 찍혔는데, 이들 중 한 명은 신라면세점 에코백을 끌어안고 있었다.
이에 대해 추가적인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김건희 씨 측은 에코백에는 대통령실 장모 행정관이 김 여사에게 보여줄 보고서가 들어있었고, 에코백은 부산 신라면세점 오픈 당시 받은 사은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에는 신라면세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에 에코백은 보이고 얼굴은 보이지 않으니, 애꿏은 청와대 행정관을 끌여들여 법망을 피하기 위한 짜집기 해명을 하고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설사 문제의 인물이 선물을 준비해온 대기자가 아닌 공무원이었다 쳐도, 영부인에게 보여줄 중요 보고서를 대통령실 행정관이 면세점 에코백에 넣어온다는 것도 이상하고, 대통령실 근무 행정관이 아무 직책이 없는 영부인에게 보고서를 작성해 보여준다는 것도 이상하다.
김건희 씨는 검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이번 해명으로 또 한 번 국민의 화를 돋우고, 또 한 번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그간 대통령실은 영부인이 사적으로 받은 명품 가방을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우겨왔는데, 쌍으로 이게 뭔가. 존속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는 정권이다.
저작권자 ⓒ 시사인 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