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의 '독대'

박태환 승인 2024.09.29 00:21 | 최종 수정 2024.09.30 18:20 의견 0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에서 지난 24일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심 전달을 예고한 신임 한동훈 대표에게 인사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저녁만 먹은 맹탕 만찬은 1시간 30여 분만에 끝났다.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집요하게 독대를 요청하고 있다. 그 사실을 대통령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계속 공개하고 있다. 모 평론가는 대표직을 탈퇴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가 정치평론가라니!'

최근 한 대표는 모 라디오 방송에서 일일 DJ로 출연해 비틀즈의 컴 투게더(합치자· 함께 하자) 등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절벽에서 주저없이 뛰어내리겠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세상이 좀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고 또 국민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 국민이 잘되고 원하는 길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가겠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은 검찰 20년 지기이다. 박근혜 탄핵 등 역사에 남을 굵직한 사건을 함께 해결하며, 사석에서는 형과 아우 사이이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걸로만 평하면 세상 누구보다 친한 사이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정권을 잡자 말자 최고 요직인 초대 법무부장관에 한 대표를 임명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의원들의 집요한 공격에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맞받아치며 보수 세력의 이목을 끌었다.

그 여세를 몰아 그는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했다. 이때부터 윤 대통령과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김건희 씨 디올백 수수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또 채상병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진상이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의총에서는 "무조건 정부 입장을 무지성으로 지지하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당선된지 두 달여가 지난 한 대표는 지금 윤 대통령과 결별을 고민하고 있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모진 성격으로 보아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결단을 내리기 전에 마지막 수순을 밟고 있다.

그게 한 대표의 윤 대통령을 향한 독대 요청이다. 국민적 관심사인 디올백 수수문제, 채상병 사망문제, 의료대란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들어줄 수 없는 문제이다.

김건희는 윤석열의 분신이다. 김건희가 있어 윤석열이 있다는 입장이다. 채상병 사망사건은 자신이 직접 연루되어 있다. 진실이 드러나면 직접적인 탄핵 사유가 된다. 의료대란 문제는 의사와 정부 간의 다툼이기에 대통령으로서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이기면 역사에 남을 자신의 업적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입장이 다르다. 그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인도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대통령도 채상병 사망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의사들의 집단 카르텔을 깨부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안위를 해칠 정도로 급진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독대는 물건너 갔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독대'는 한동훈의 결별 선언의 구실만 만들어줄 뿐이다.

한 대표는 언제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될까.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이 일차 타킷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시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게 그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인 국민을 위하는 길이기에. 또한 김건희 특검법 통과는 국민 65%가 원하고 있기에 차기를 꿈꾸는 한 대표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법안 발의는 '이재명'이 했지만 공은 '한동훈'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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