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시장, 대구시장이나 한 번 더 하시오

박태환 승인 2024.10.27 10:58 | 최종 수정 2024.10.30 11:09 의견 0

홍준표와 윤석열 / 연합뉴스


홍준표 시장은 찢어지게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무학에다 소작농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문맹이었다. 2남 3녀 중 넷째이자 차남으로 태어났는데, 유독 공부를 잘해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합격해 검사가 되었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이처럼 적합한 경우가 없다.

그는 정의로운 검사였다. 대표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 사건 수사와 슬롯머신 사건 수사가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사건은 전두환의 형 전기환이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 이학봉 민정수석을 통해 시장 내 일어난 사건사고를 빌미로 경영주를 협박해 경영권을 강탈한 사건이었다. 전기환과 이학봉은 구속 기소되었다.

슬롯머신 사건은 파친코계 대부 정덕진이 코인 한 개에 10만 원을 넘기지 않도록 되어있는 당첨금을 600만 원까지 시상케 하고, 87%로 규정되어 있던 당첨률도 18% 이하로 조작하는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던 사건이었는데,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을 5억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나무위키 홍준표의 생애 편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판사는 이회창처럼, 검사는 홍준표처럼, 변호사는 노무현처럼 해라." 1990년대 중반 당시 대학가의 운동권에서 유행했던 문장이었다. 그가 얼마나 정의로운 인물인지 잘 보여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1996년 송파구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제15대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후 5선을 하고 당 대표까지 역임한 후 대통령 후보로 나섰으나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후 국민의힘 후보로 재도전에 나섰으나 예비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해 대구시장을 지내고 있다.

홍준표와 윤석열 / 연합뉴스


요새 홍준표 시장이 타킷으로 삼고 있는 인물이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이다. 그의 한 대표에 대한 공격은 집요하고 거칠고 무례하다. 선명하지 못하고 억지스럽다.

홍 시장이 살아온 생애를 알기에 한 번도 그를 비판한 적이 없는데, 망설이고 망설이게 만든 발언이 있다. "누가 뭐래도 윤석열은 상남자다. 아내를 지키려 하이에나 떼를 저지하고 있다.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

내심 이 양반이 70줄에 들어서더니 노망이 들었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나름 정의롭게 살아온 생애를 부정하고 스스로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책상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참았다.

급기야 어제는 이런 발언까지 했다. "이재명이 비판하라고 철부지를 당 대표로 뽑아줬더니 도리어 같은 편인 윤 대통령을 공격하며 보수를 분열시키는 난동을 부리고 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오다가 인생 말년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나무라고 싶다. 한 대표는 지금 보수를 분열시키고 있는 게 아니다. 김건희 리스크 때문에 망해가는 보수를 살리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윤-김'을 편드는 이는 보수라기 보다 입신양명을 노리는 모리배들이다.

그가 이처럼 무대포로 한 대표를 공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방에서 은거하며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한동훈'이란 애송이가 나타나 흙탕물을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 대표가 아니면 차기에 자기를 대적할만한 인물이 당내에 없는 판이니, 아쉬움이 많았을 것이다.

돌아보니, 예전에 홍 시장을 한 번 까려고 한 적이 있었다. 홍 시장은 일생에 단 한 번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4월에 자원외교 비리 조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북한산에서 자살을 하며 로비 리스트에 이름을 남겼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성 회장에게 1억원을 뇌물로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끝내 대법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그게 돈을 받지 않아서가 아니라 증거 부족 때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

홍 시장은 정신줄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면, 지금은 '윤-김'을 편들게 아니라 명태균이란 놈을 시켜 여론조작질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들 때다. 명색이 '모래시계 검사'가 자신이 피해를 본 국기문란 의혹에 분노는 못할망정 굽신거려서야 되겠는가. 한동훈이 새카만 후배라서 만만하면, 윤석열은 새카만 선배라서 어려운가. 언감생심 노욕은 버리시고 서운하면 대구시장이나 한 번 더 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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