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시민의 구두가 날아온 문재인 대통령을 헤아린다

박태환 승인 2020.07.19 09:26 | 최종 수정 2020.07.25 05:58 의견 0
 

지난 6월16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영상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역대 어느 통수권자보다 남북협력과 화합를 외쳐온 문재인 대통령은 실망과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김여정의 입에 담지도 못할 문 대통령을 향한 ‘말폭탄’은 충격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19일, 북한 종합체육경기장인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15만 평양시민들을 상대로 사상 첫 연설을 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한다”. 평양시민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이 조기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표를 했다. 결과적으로 최고 존엄의 이 발표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헛 공약이 되고 말았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금강산을 찾아 우리 현대가 지은 호텔 등 각종 시설물들을 철거해 버리라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019년 6월 북한을 방문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쌀 50만톤을 북한에 무상 지원한 데이어 올해는 옥수수 포함 100만톤에 달하는 식량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 톨의 쌀도 북한에 지원하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도 재가동하려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위원장을 대리해 김여정이 분노의 ‘말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누구보다 신의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은 왜 평양시민에게 한 언약을 지키지 못했을까?

국회가 지각 개원한 지난 16일, 개원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50대 남성이 자신의 신발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름을 정창옥으로 밝힌 이 남성은 문 대통령이 의사당 밖의 의전차량에 탑승하기 전 40여m 거리에서 구두를 던지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이날 이 남성은 자신의 신발을 문 대통령을 향해 던지며 "문재인은 가짜 평화주의자"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 남성은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하면서 "빨갱이 문재인을 자유대한민국에서 당장 끌어내야 한다. 빨갱이 문재인을 당장 끌어내라"고 소리쳤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공화당 후보로 나온 정모 후보의 아버지로 알려진 이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욕먹을 일을 아주 많이 하지 않았나”라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여정에게는 '미국의 눈치나 보는 겁쟁이 사대주의자'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남한 보수시민에게는 ‘평화주의자로 가장한 빨갱이’라는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심정은 어떠할까?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시민과의 언약을 지키지 못한 것은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 했다면, 미·일과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기다렸다는 듯 즉각 탄핵 소추에 돌입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손꼽아 기다리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쌀 한 톨 지원하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남한 보수세력은 공공연히 ‘빨갱이’라고 외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일본 아베 수상은 최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항해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빍혔다. 문 대통령이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평양시민들을 상대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을때, 미·일 수뇌부는 이를 비웃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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