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해 겨울 저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변희재 著
망치일보를 운영할 때 경향신문의 시론 몇 문장을 표절했다가 된통 혼난 기억이 있다. 어느 여류 논설위원께서 쓴 글이었는데, 서론이 감동적이었다. 요새도 아래와 같은 문장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표절 욕심이 난다.
"세상은 새처럼 좌우의 두 날개로 날아야 합니다. 진보가 있어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보수가 있어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킬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인정하며 상호 보완할 때 역사가 발전하고 나라가 발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보수가 없습니다. 보수의 껍데기만을 덮어쓴 욕망의 찌꺼기 같은 인간들만 있을 뿐입니다."
언뜻 보면 고 리영희 교수님이 쓴 글처럼 보이는데, 어제 정의사제구현단이 경남 진주 시국미사에서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이다. 그렇다, 요새 우리나라는 '더러운 놈'들이 자칭 '도둑놈'이라 할 수 없으니 보수 행세를 한다. 예컨대 국민의힘의 경우 유승민 전 의원 정도를 보수라 할 수 있고, 유승민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의 '정레기'라 보면 된다.
변희재
경향신문의 시론을 표절한 것을 들추어낸 이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였다. 당시 변희재는 서프라이즈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양쪽 기사의 이미지를 올려놓고 표절한 부분은 시뻘건 밑줄을 쳐놓고 증거로 제시하는 바람에 개망신을 당했다. 어떤 변명도 할 수가 없어 골방에 숨어 침묵으로 버티다 겨우 위기를 모면한 기억이 난다.
요새 변희재가 한동훈 장관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노골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등 난리를 치고 있다. 그런데도 '고소왕' 한동훈은 끽 소리 못하고 피해 다니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태블릿PC 조작사건' 때문이다. 이 복잡한 사건에 대해 변희재는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변희재의 태블릿, 반격의 서막>과 <나는 그해 겨울 저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이다.
이 사건을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김한수 청와대 미디어국장이 사용하던 태블릿 PC를 최순실이 사용하던 PC인 것처럼 한동훈이 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PC 안에 대통령 연설문이 여러 편 저장되어 있었는데, 이걸 한동훈은 국정농단 주요 증거로 내세우며 최순실을 구속시켰으나, 실상 최순실과 아무 연관이 없는 PC였다는 주장이다.
송영길
요새 한동훈 장관과 싸우는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이다. 송영길은 '돈봉투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자발적으로 급거 귀국을 했는 데, 검찰에서 소환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답답한 송영길이 직접 검찰을 찾아가 왜 소환을 안 하느냐고 따지니, 검찰은 "당신한테 귀국을 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응수하고 있다.
대체 무슨 상황일까. 검찰이 '돈봉투 사건'에서 송영길을 엮을 만한 결정적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단순히 의혹만으로 소환 조사를 했다간 운동권 변호사 출신의 송영길에게 도로 엮일 판이다. 그래서 검찰은 현재 송영길의 주변을 파헤치며 별건 수사에 착수했고, 송영길은 자신의 돈봉투 연루 의혹을 언론에 흘린 검사들을 찾아내 공수처에 고발을 한 상태이다.
요새 송영길과 변희재가 만남을 갖고 있다. 둘이 힘을 합쳐 한동훈 검찰과 싸우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최고 싸움꾼인 두 사람이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기로 한 모양새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변희재는 그간 태블릿PC가 최순실이 사용하던 것이 아니므로, 최순실은 국정농단을 한 게 아니라 박근혜 수발만 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촛불시위를 부정하는 주장으로 우군인 진보진영의 외면을 받았는데, 송영길이 이를 명쾌하게 정리를 한 것이다. "태블릿PC 조작사건과 촛불시위는 별개 문제다." 즉, 태블릿PC 조작사건을 촛불시위와 관련이 없는 윤석열과 한동훈의 개별적 범죄행위로 몰아갈 전략을 취한 것이다.
둘은 윤석열 정부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 날을 세운다. 특히 변희재는 올해 안에 끝장날 거라는 극단적 주장을 펼친다.
하긴 요새 정부와 재야가 정면으로 맞붙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뒷배경을 맹신한 탓인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반국가 세력' 운운하고, 그 수하는 '문재인은 빨갱이' 라는 극우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반국가 세력'이면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의 동조자'란 소리가 아닌가. 그간 윤 대통령은 전문적 식견없이 좌충우돌하다 국정 혼란을 자초하면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기보다 전 정부 탓을 해왔는데, 이젠 선을 넘는 발언을 예사로 하고 있다.
정의사제구현단 시국미사 강론에서 배진구 신부는 "지금 인터넷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23가지'라는 글이 도배가 되고 있다. 읽어보니 틀린 말이 아니라 모두 머리가 끄덕여진다"라고 말했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청렴한 신부님들이 들고일어나면 탈이 나도 크게 난다. 자신들의 집단 이익을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집회를 열고 파업을 일삼는 민주노총 따위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