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런던·도쿄·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지연 경수현 특파원 이봉석 기자 =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의 외신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어 국회가 계엄령을 해제하는 결의안을 의결하는 상황을 주요 기사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같이 전달하면서 이번 조치가 한국이 민주화된 이후에 처음 나온 매우 이례적 조치로, 한국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언론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외교·안보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AP통신은 서울발 기사를 통해 계엄령 선포 상황을 긴급·속보 뉴스로 계속 전했다.
이 통신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야당에 맞서 싸우면서 반국가 세력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놀라운 움직임(surprising move)은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권위주의적 지도자(authoritarian leaders)를 연상시킨다"면서 야당과 함께 여당인 국민의힘도 계엄령 선포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엄령 선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면서 "한국의 마지막 계엄령은 1979년에 있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또 "윤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이후 야당이 장악한 의회를 상대로 자신의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 투표에 참여한 190명의 의원이 모두 찬성했다"면서 국회가 계엄령을 해제하는 결의안을 처리한 상황도 속보로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계엄 선포 관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이 놀라운 움직임은 (해방후) 역사 초기에 독재 지도자들이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민주적이라고 여겨온 한국에 큰 충격파(shock waves)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계엄령 선포 상황과 관련, "계엄령 선포는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9%까지 하락하고 다수가 윤 대통령의 경제 대응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의 주요 매체는 실시간 업데이트 형식으로 한국의 계엄 선포 관련 상황을 보도했다.
NYT는 홈페이지의 톱 기사가 자리하는 좌측 상단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고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자신의 임기를 어렵게 한 정치적 교착 상태에 대한 이례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고 전하면서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에 대해 "한국 의원들이 계엄령 종료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에 도전하는 투표를 했다"고 보도했다.
WP 역시 가장 비중 있는 기사가 위치하는 홈페이지 좌측 상단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고 "40년 전 민주화로 군사정권을 무너트린 한국에서 윤 대통령의 놀라운 계엄령 선포는 화요일 저녁 충격파를 던졌다"고 밝혔다.
WP는 한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헌법에는 대통령이 이를 준수해야 하는 시간표(time frame)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CNN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정치적으로 미지의 바다로 빠졌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결정은 현대 민주주의 역사상 한국 지도자가 내린 가장 극적인(dramatic) 결정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국내 정치는 오랫동안 분열됐으며 크게 당파적이었으나 민주주의 시대 어떤 지도자도 계엄령을 선포하는 데까지 나아간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존 닐슨-라이트 케임브리지대 일본 및 한국 프로그램 책임자는 CNN에 계엄령 선포에 대해 "솔직히 괴상하다(bizarre)"면서 "이는 명백히 정치적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N은 한국 국회의 계엄령 해제 결의안 처리 소식을 전하면서 "윤 대통령은 법에 따라 이를 이행하게 돼 있으나 이 결과에 응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CNN은 또 한미 관계와 관련,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이라면서 "현재 한국을 휩쓰는 놀라운 정치적 불안정은 워싱턴을 포함해 (한국) 국경을 넘어서까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BBC, 스카이 뉴스,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더타임스 등 영국 유력 매체들도 일제히 홈페이지 최상단에 한국 비상계엄령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라이브 페이지를 배치해두고 계속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외 국제학 전문가들의 분석 및 평가를 모아 싣기도 했다.
추핑후 동아시아국제관계연구소 공동 창립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피하고자 계엄령을 쓰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현재 일어나는 일은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와 한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티머시 리치 웨스턴켄터키대 동아시아 전문 정치학 교수는 "1970년대 초반 계엄령을 선포하고 김대중의 도전과 같은 국내 요인을 북한의 위협 탓으로 돌린 박정희의 상황과 비교를 피하기 어렵다"며 "이미 국회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이는 확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발 빠르게 비상계엄 선포를 보도하고 나섰다.
NHK는 이날 밤 윤 대통령이 긴급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내년 예산안 국회 심의에서 야당이 반발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국방부가 군의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NHK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하면서 "11월에 임기 절반이 지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전후로 저조해 사태를 타개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 세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도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둘러싸고는 김건희 여사 비리 의혹이 오래전부터 제기됐고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연루가 의심되는 정치 브로커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소개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의 비상계엄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 어떤 조치를 구체적으로 취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다른 신문들도 서울발로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비상계엄 선포를 속보로 내보냈으며 신화통신도 비상계엄 선포를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중국중앙TV(CCTV)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더불어민주당의 당 소속 의원에 대한 국회 소집령 등을 전했다.
4일 0시 현재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에서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검색어 1위에 올라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검색어 2위는 한국 국회 출입문 통제, 4위는 야당·경찰 국회 출입구 대치였다. 웨이보(중국판 엑스)에서도 비상계엄이 1위였고 한국 원화 환율 급등(가치 하락) 등도 10위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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