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그림] 개발된 열전 소재를 이용해 제작한 필름형 열전 모듈(상)과 실제 구동 모습(하) /UNIST 제공
사람 체온과 공기 간의 미세한 온도 차인 단 1.5℃의 온도 차만으로도 LED 전구를 켤 수 있는 필름 발전기가 나왔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성연 교수팀은 세계 최고 성능의 유연 p형·n형 이온 열전 소재를 동시에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열전소재는 소재 내·외부의 온도차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일종의 발전기와 같은 소재다. 그중 ‘이온’ 열전소재는 이온이 움직여 전기를 만든다. p형 소재는 양이온이, n형 소재는 음이온이 움직이는 형태다. 온도차가 발생하면 이온이 차가운 쪽으로 쏠리면서 전압이 발생하고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의 열전 성능지수(ZTi)는 p형 49.5, n형 32.2로,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이온 열전 소재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기존 최고 기록보다도 70% 향상된 수치다. 열전 성능 지수가 높을수록 온도차가 크지 않더라도 전기를 잘 만들 수 있다.
p형 소재는 전도성 고분자인 PEDOT:PSS 복합체를 기반으로 하며, n형 소재는 p형 소재에 염화구리(CuCl₂)가 첨가된 형태다. P형 소재에서는 양이온인 수소 이온이, n형 소재는 음이온인 염화 이온이 움직여 전기를 만든다.
또 이 두 소재 모두 가볍고 유연한 고분자 기반이라 필름 형태로 발전기를 만들 수 있다.
실제 이 p형 소재와 n형 소재 10쌍을 직렬 연결해 만든 필름 형태 발전 모듈은 1℃의 온도차가 발생할 때마다 1.03V의 높은 전압을 만들어 냈으며, 1.5℃의 낮은 온도 차이만으로 LED 전구의 불을 켰다. 또 실내 환경에서 2개월 이상 95% 이상 성능을 유지해 우수한 장기 안정성도 입증했다.
연구팀은 소재 내 이온의 농도와 이온 확산 계수 간 균형점을 찾는 열역학적 설계 방식을 통해 이 같은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열전소재는 이온 농도가 높고 이동 속도가 빠를수록 발전 효율이 높지만, 이온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흐름을 방해받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이온 농도를 결정하는 첨가물(염화구리 등)의 농도와 확산 계수를 좌우하는 소재 내부 구조(고분자 응집도)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전체 전력밀도가 최대가 되는 지점을 찾아냈다.
제1 저자인 김동후 연구원은 “이온 열전 소재는 그간 체계적인 설계 지침이 부족해서 잠재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힘들었는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설계 원리를 제시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장성연 교수는 “개발된 소재는 얇고 유연해 몸이나 곡면 표면 쉽게 밀착 시킬 수 있다”며 “배터리 없이도 충전되는 착용형 스마트 워치나 내부·외부 온도차가 수℃에서 수십℃에 불과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자가발전 센서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