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걸·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수조의 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고 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자 국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평가한 최종 보고서를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하면 일본 정부는 올여름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예정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느닷없이 '릴레이 횟집 회식'을 진행하더니 '수조물 먹방'까지 하고 있다. 아직 원전 오염수 방류 전인데, "원전 오염수는 안전하다"며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조의 물을 떠 마시는 기괴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판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원전에서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려고 냉각수를 주입해 왔는데, 1,070여 개의 탱크에 보관 중인 126~132만톤의 오염수를 희석시켜 30년 동안 순차적으로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해양 연구 과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이 오염수에는 희석이 불가능한 삼중수소, 세슘,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원전 오염수 안에 포함된 물질 중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가장 거론이 많이 되는 것은 삼중수소인데, 물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화학적으로 분리하기가 어렵다. 이대로 해양에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한다면 바다에 삼중수소가 떠돌게 되고, 인체 유전자가 변형되고 세포를 파괴해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 시킬 수 있다고 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란 보고서에서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며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 년간 축적돼 먹거리부터 인간 DNA까지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BBC NEWS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의 영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시 세슘 등의 방사성 핵종이 불과 한 달 내로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리를 해보면, 일본 정부나 국민의힘은 130여만 톤의 원전 오염수를 기준치에 맞게 수억 톤의 물로 희석시켜 30여년 동안 순차적으로 방류를 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원전 오염수 성분 중에 희석이 불가능한 삼중수소는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고, 역시 희석이 불가능한 탄소 등은 인간의 DNA까지 변형시킬 수 있어 삼중수소보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희석이 불가능한 오염수 성분 중 세슘 등은 방출 후 한 달 내로 우리나라 제주도나 서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 항만에서 잡은 우럭에는 세슘이 식품 기준치의 180배나 되는 1만8천베크렐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이곳에서 붙잡힌 쥐노래미에서 기준치의 120배인 1천2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바 있다.
김기현·윤재옥 등 국민의힘 지도부들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수산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계획에 대해 중국 정부는 "태평양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버리는 하수구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은 왜 스스로 사용하지 않느냐. 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지 않으며 왜 자국내 호수에 배출하지 않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홍콩은 물론이고, 일본에 우호적인 대만 정부까지도 "만약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일본산 수산물 전체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선 판국이다. 심지어 저멀리 호주 뉴질랜 등 태평양 도서국들도 해양생태계의 방사능 오염이 우려된다며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유독 한국 정부만 일본 오염수는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괴담'을 유포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실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야당 때는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결의안까지 발의해놓고 이제 와서는 역시 '괴담' 운운한다. '일본의힘', '용산총독부'라는 비아양을 자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향후 닥칠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 정부에서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수돗물 대신 생수를 사다 마시는 우리 국민들이다. 화학 약품으로 정수를 시켰다는 이유 때문이다. 만약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그날로 국민 대부분은 횟집 회식을 기피한다. 전국의 자연산 횟집들은 태반이 문을 닫아야 한다. 장담하는데, 카메라 기자를 대동해 횟집 회식을 하고 수조물 먹방까지 한 국민의힘 의원들부터 찾지 않는다. 그들은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쇼'를 했을 뿐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소금 사재기'를 하고 있다. 만약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기준치 미달과 상관없이 우리 연안에서 나는 어떤 것도 먹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에 다름 아니다. 비단 생선회뿐만 아니라 일반 생선도 싱싱한 국내산은 외면하고, 지구 건너편의 칠레산이나 노르웨이산 냉동생선을 찾는 기현상과 맞닥뜨릴 것이다. 하여간 근해 바다에서 나는 모든 국내산 어류는 소비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아 우리 어민들이 조업을 중단해야 하는 혼란이 우려된다.
대체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무슨 밀약을 했던 것일까. 일본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이해하지만 국민 먹거리는 별개의 문제다. 무릇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이건 아니다. 차기 정부의 특검 1순위가 될 게 뻔하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정말 안전하다면 한덕수 국무총리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떠밀지 말고 직접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