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서울 시민들이 야외로 나갈 때 많이 찾는 곳이 물 맑고 공기 좋은 양평이다. 특히 강원도 태백시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합류해 한강을 이루는 양서면 양수리는 풍광이 일품이다. 일명 두물머리라 부르며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서울에서 양수리로 향하는 도로는 6번 국도가 유일하다. 그래서 비단 주말이 아니더래도 늘 교통이 정체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부는 6번 국도의 교통 분산을 위해 2008년도부터 서울과 양수리가 위치한 양서면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을 추진해왔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를 연결하는 총 연장 27.0km의 고속도로다. 2017년 1월 12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되었고, 2021년 4월 30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건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국토부는 2023년 5월 8일에 변경된 노선안을 발표했다.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을 연결하는 총 연장 29.0km의 고속도로를 건설 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건설 취지인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는 양수리의 교통해소 방안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국토부는 뚜렷한 노선 변경 사유도 밝히지 않고 있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국토부가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종점이 변경된 사유를 밝히지 못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강상면 일대에는 김건희 씨 일가 소유의 땅이 축구장 5배 정도의 크기로 29필지 1만 여평이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김건희 씨 일가가 개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황상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다. 더구나 김건희 씨 일가가 살아온 궤적을 보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 외 요양병원 설립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이 '괴담'을 제물로 삼아 정쟁에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상면에 김건희 씨 일가의 땅이 없다는 것인지, 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사실무근이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뭐가 괴담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글은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낼 수도 있는데, 의도적으로 '괴담' 용어를 반복하는 등 거칠기 짝이 없다. "쇠고기 광우병 괴담 등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던 민주당이 그 달콤한 괴담 마약에 중독되어 또다시 괴담 장사로 재미 좀 보려고 양평 고속도로 괴담까지 제조해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자주 느끼지만 김 대표의 글은 이렇듯 거친 데다 천박하다.
김 대표는 또 지난 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끝으로 야인 생활을 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들먹이는 야박함을 드러낸다. "해당 노선 나들목 인근에 자당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땅도 있다는데,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이것은 특혜가 아닌가?" 투기 목적 등으로 1만 여평의 땅을 소유한 김건희 씨 일가와 노후 전원생활을 위해 마련한 200평이 채 안되는 김 전 총리의 땅을 비교하는 물타기 공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의 글이 논란이 되자, 기자들이 전진선 양평군수에게 "이번 사업에 김부겸 전 총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을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전 군수가 어제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했을 때였다. "그건 좀 약간 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현 실상하고는 좀 거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IC가 생기는 건 한 고개 넘어서이다." 김 전 총리가 소유한 땅은 신설 고속도로 구간의 산 너머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혜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조용히 전원 생활을 하려고 양평에 왔는데 이름이 거론되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물타기의 수준이 너무 과하다. 인생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여간 김 대표는 다른 건 몰라도 '땅'과 관련해선 누구를 비판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
김 대표의 장남 김모 씨는 얼마 전 코인 보유 공개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되었을 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늘 우러러 한줌 부끄러움 없이 살아오신 아버님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떳떳하게 살아왔다" 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양편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두고 괴담과 가짜뉴스를 들먹이는 건 김건희 씨 보호를 위한 '초점 흐리기'에 불과하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서울에서 양수리를 오가는 국도 6호선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서울 오금동에서 양수리가 위치한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을 추진해 왔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뚜렷한 이유 없이 강상면으로 종점이 바뀌었는데, 알고 보니 강상면 일대에는 김건희 씨 일가가 소유한 1만 여평의 땅이 있더라는 것이다.